詩 사랑
배추농사(최복주)
요술공주 셀리
2023. 11. 27. 14:04
빗물 튀겨 흙 묻은 배추모, 허리 굽혀 하나하나 들춰가며 샤워시켰네. 이랑 고랑 밟으며 발자국 소리 들려주었네. 잡초 뽑고 바랭이 긁어주며 또로록 또로록 몸 마는 배추벌레도 집어냈네. 가을 햇살 벗삼아 이파리 넓히는 너를 볼 때는 황홀했네. 배추모가 김장배추 될 때까지 땀은 얼마인가? 발자국은 얼마인가? 공판장에서는 무농약인지 아닌지, 제초제를 한 땅에서 지었는지 아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네. 우네 우네 목놓아 우네. 공판장에서 받은 대금이 다리 뻗고 우네. 한 끼 식사가 배추 스무 포기 값, 외식할 수 없네. 도저히 한입에 톡, 털어 넣을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