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이게, 그럴 일인가?
어린애도 아니고 소풍 전야도, 결혼식 전날밤도 아닌데 잠이 오지 않는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고 딱히 걱정할 일도 없다. 그런데도 잠이 오지 않으니 거실에 앉았다가, 소파에 누웠다가, 침대에 누웠다가 급기야 사위어 가는 난로에 불을 지핀다. 어차피 숙면은 포기. 불멍이라도 해야겠다.
낮엔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청소를 했다. 식탁 위엔 설탕부스러기, 커피국물이 가득. 마룻바닥 역시 밖에서 묻혀온 흙가루와 먼지 천지다. 청소기야 서서 돌리면 그만이지만, 엎드려서 하는 걸레질이 늘 힘들다. 아무래도 대걸레를 사야 할까 보다.
퇴근하신 부모님은 오늘 청소한 집처럼 해맑다.
증손주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허허허 웃다가 갑자기 작은 딸 소식을 물으신다.
"잘 지낸다니?"
"전화 좀 걸어 달라." 하신다.
"내일 "
그랬더니, "언제 온다는 말 없더냐?" 하시기에 "내일" 했더니 푸하하하 배꼽을 잡고 웃으신다. 작은딸이 귀국한 걸 말씀드리지 않은 내 탓이지만, 그럴 리 없다 웃는 엄마가 참 귀엽기도 안타깝기도 하다.
오늘, 여기로 동생이 온다 했다.
급한 일처리 때문에 일주일 출장 일정으로 귀국한 동생. 바쁜 시간을 쪼개어 엄마를 보러 온다 했다. 그 말을 들은 날부터 며칠째 콧노래와 어깨춤이 세트로 작동을 한다. 설렐 일이 태산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신갈에 가서 조카손녀를 만날 테니 기쁨이요, 내일은 동생네와 중국에 함께 갈 예정이니 소풍 가는 어린애와 다를 바 없다. 오랜만의 나들이다. 동생과 함께여서 좋고, 중국의 새로운 풍경과 음식을 체험하는 여행의 일정도 포함되었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여긴 점점 추워진다고 했으나 가는 곳은 중국의 남쪽 주해. 따뜻한 곳이다. 야자나무가 가로수라니 이국적인 풍경도 기대가 크다.
일치감치 준비해 놓은 트렁크가 문 앞에서 서성인다.
동생이 사는 중국은 또 어떤 세상일까? 마음이 먼저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