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이 도착
자~알 도착했다. 여긴 중국 주하이. 24도의 날씨, 따~뜻하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지루하다고 생각할 때쯤 마카오에 도착했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다. 설렘보다 편안함이 먼저인 여행. 처음이다. 대부분의 여행은 관광이 목적이었다면 이 번 여행은 동생네를 방문하는 비중이 커서일까?
아담한 마카오 공항은 마치 중국에 온 착각을 일으킨다. 여기저기 들리는 중국어 때문인가 보다. 택시를 타고 '헝친'의 출입국사무소까지는 20여분 걸리는데 왼쪽은 마카오, 오른쪽은 중국이란다. 그러다 보니 입국심사가 두 번이다. 마카오입국은 그냥 pass, 주하이 입국은 은근히 자존심 상할 만큼 별것도 아닌 질문이 많다. 미장원에 다녀올 걸 그랬나? 화장을 좀 더 공들여할 걸 그랬나? 할 정도. 기가 막혀라, 아니 내가 일자리라도 얻으러 온 줄 아나? 우 씨...... 동생말로는 자주 있는 일이란다.
밖에 나와, 한국의 카카오 택시 같은 '띠디'를 불러 탔다. 밖은 이미 어둑어둑. 서울보다는 한적하고 조도가 낮은 주하이 외곽을 돌아 아파트에 도착했다. "언니 여기가 우리 집이야" 하는데 참 어색하다. 중국에 있는 동생집이라니.....? 그런데도 한국의 여늬 아파트 같아 낯이 익고, 여기저기 서 있는 키 큰 야자수 풍경은 이색적이다.
하루 동안 삼 개국을 거쳐온 트렁크부터 정리하고 어둠이 내린 거리로 나와 동생네 단골인 식당엘 갔다. 자주 먹는다는 볶음밥은 입에 익은 맛. 처음 먹는 토마토를 넣고 끓인 계란탕이 더 맛있었다. 그리고 오늘 최고의 맛은 단지 내 과일 가게에서 처음 본 과일. 한 개에 70원(약 12,000원)이나 하는 '요오즈'(홍보석 유자)다. '붉은 보석 같은 꿀맛 나는 유자'라는데 기 막힌 풀이다. 유자라기엔 턱 없이 크고, 그 크기만큼 맛이 일품이다. 그동안 그리웠던 애플망고와 망고스틴까지 배를 두들기며 먹어치웠다. 그런데, 그리웠던 것이 어찌 열대과일뿐이랴. 어제부터 내내 함께한 내 동생. 한 개도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가 귀를 막고 눈을 가려도, 여기는 그냥 천국. 동생과 나의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