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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 방문기

요술공주 셀리 2023. 12. 19. 09:26

이게, 이렇게 설렐 일인가?
매일이 늦잠이었는데, 오늘은 알람 없이도 일찍 일어났다. 술집에 가는 날이다.
국순당! 이미 두 번을 견학했는데도 윗집 동생과 옆집 형님과 동행을 한다니, 또 설렌다.  

하필 젤 추운 날에 술집에 간다고, 우린 차 안에서 깔깔 웃었다. 웃으니 좋다.
횡성 둔내에 위치한 '국순당'. 평일 아침 시간인데도 외국 사람을 비롯해 30여 명이 모였다. 먼저, 국순당에서 제작한 동영상부터 시청했다.
우리의 전통술은 600여 종류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많은 종류의 전통주가 일제 강점기에 강제로 술 빚는 걸 통제하고, 근대화하는 과정에서 40여 종류로 확 줄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올림픽 때, 내놓을만한 우리 전통주가 없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누룩(국)으로, 좋은 술(순)을 빚는 집(당)'의 국순당은 1952년 대구의 양조장에서 시작했다는데, 우리 전통주를 적극 복원하는데 노력했다고 한다.

관람 코스에는 옛날 주막이 우선 눈길을 끌었다. 전통주와 관련한 항아리와 용수, 탈곡기, 함지박 등 오래된 농기구와 도구들이 많았는데, 정겹고 반가웠다. 술을 마시지 않아 늙어버린 아들을, 술을 마셔 젊어진 아버지가 회초리를 들고 있는 장면은 절로 웃음이 났다. 어릴 때 보았던 낯익은 크고 작은 술병과 안주상, 제사상, 어릴 적 친할머니댁에서 봤던 탈곡기 등은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 안 또 하나의 사실. 국순당에서는 1년에 딱 한 번. 당해연도 햅쌀로 빚은 '첫술'을 만들어 시판한다는데, 2023 '첫술'은 이미 매진되었단다. 첫술은 내년에야 만날 수 있다는데, 내년 10월에 열심히 찾아보면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빈 병들이 나래비를 서서 지나가다가 자동으로 술이 채워지고 한 박스로 묶이는 등, 공장의 자동시스템을 견학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다. 이제 기대하던 시음 시간. 공장에서 제조한 다양한 술을 시음하는데, 술을 못하는 사람과 운전자는 심심한 시간,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신나는 시간이다. 시음 코너에선 막걸리 재료로 만든 과자와 다양한 막걸리와 전통주, 기념품을 판매하는데,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단다. 공장을 견학하고, 시음도 하고, 마지막으로 선물을 받는 시간. 참여한 사람 모두가 '팥막걸리' 한 병씩을 받아오니, 후후후 뿌듯하다. 회사는 홍보를 하는 효과를, 참여한 사람들은 나름 전통주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체험의 기회가 되었으니, 나름 재미있고 의미가 있었다.
 



우린, 둔내 시내에서 칼국수집에 들렀다. 할머니가 하시는 허름한 칼국수집은 오늘이 두 번째. 멸칫국물을 베이스로 한 칼국수는 시원하고 담백한 이 집의 주 특기다. 얼었던 몸을 사르르 녹인 탁월한 선택이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던 술집도, 칼국수집도 대박 나기를......

센스쟁이 윗집 동생 덕분에 오늘도 재미나게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밀밭에 가도 취하는 사람이 술독에 빠진 날. 술집에 간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