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중국스러움

요술공주 셀리 2023. 12. 21. 15:41

코끼리가 중국의 크기라면 난 코끼리 새끼발가락쯤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상해와 소주, 항주에 패키지로 여행을 다녀온 지 수십 년이 되었고, 북경과 그 주변의 관광지를 둘러본 적이 있다. 백두산 일정을 소화하고 용경협 등 자연경관이 뛰어난 몇 군데에 여행한 정도. 중국엔 그 뒤로도 몇 번 더 가 보긴 했으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 기겁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화장실에 출입문이 없어 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화장실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 황당했던 기억보다, 현지인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했을 때 문화의 차이를 실감했던 일이 참으로 강렬했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중국에 가면 아무것도 사 오지 말라했던 때다. 그리고 가짜가 난무했고, 저렴한 제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만연했었다. 잘 망가지고, 녹이 슬고, 세련되지 않은 티가 나서 누구도 선호하지 않았는데, 음식과 거리조차 깨끗하지 않아 눈살을 찌푸렸던 경험이 남아 있다. 중국에서 살고 있는 동생이 지인들로부터 지금도 듣고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동생 덕분에, 얼마 전 중국 주해에 다녀왔다. 널따란 바다 풍경과 함께 제일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깨끗한 거리와 야자수 나무다. 아름답게 조성된 가로수와 대륙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다량으로 심어진 꽃들. 세련되게 가꾸어진 아파트의 정원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특히 우리의 한강변을 연상케 하는 강변의 공원은, 서울의 공원보다 더 섬세하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야경 또한 화려했었고, 무엇보다 늦은 밤 산책을 해도 안전한 치안과 야간에도 편하게 운동을 하거나 떼춤이 가능한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시스템이었다.
"주해가 유난히 깨끗한가요?" 중국에서 수년간 거주한 지인에게 물었더니 대부분의 중국이 이렇게 변화되고 있으며, 이미 변화되었다고 말한다. 그동안 알고 있던 중국 스러움에 대한 편견을 이젠 거두어야 할 것 같다.  

최근, 그릇에 꽂혀 다국적 그릇을 모으고 있다.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쏠쏠한 재미로 엊그제 머그컵을 주문했더니 오늘 택백가 왔다. 저렴하고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는데, 자세히 보니 made in china다. 얼마 전, 무늬만 보고 폴란드 그릇(쟈크라디)인 줄 알고 주문한 그릇도 중국제 짝퉁이었다. 웬만한 대기업과 유명 브랜드도 중국 oem. 최근엔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산도 부지기수. 이들 제품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으나 여전히 made in korea가 더 신뢰가 감은 어쩔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동생이 귀국할 때마다 선물한 중국제품을 처음엔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호기심으로 하나 둘 사용해 보니 신박하고 재미가 있다. 중국풍 도자기로 만든 냄비뚜껑 받침, 기울어진 디자인과 비눗물 길이 나 있어 늘 뽀송뽀송한 비누 받침대, 검지손가락에 끼워 긁어내면 편할, 생강 까는 기구 등. 편리하고 창의적인 도구들이다. 사용해 보니, 우리 주위에 저렴한 중국제가 많고 저렴한 만큼의 질이 낮았었다는 거지, 중국제품도 가격대가 높아질수록 품질이 양호하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튼튼한 나라, 부강해진 나라가 되기까지는 은근과 끈기란 저력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의 힘'이라고 한다. 중국의 한 고등학교와 자매결연 차 베이징에 방문했을 때, 한국의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많은 질문을 하던 교사와 초롱초롱하던 학생들의 눈이 기억난다.
중국은 교육에 대한 열정이 그 어떤 나라보다 강하다. 모방에 천재인 나라, 인건비가 저렴하지만 인재를 기르는데 배포가 큰 나라, 대국의 자부심이 강한 나라다. 큰 땅덩어리, 거대한 인구 등 다가갈 수 없는 천문학적 수치를 간직한 잠재력이 많은 나라다.
나는 한국사람. 우리가 더 강하고 힘센 나라이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우리도 더 섬세하고, 더 치밀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의 교육이 더 발전하기를 고대하는, 오늘은 나도 애국자가 되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