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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넘이 흰떡

요술공주 셀리 2023. 12. 30. 10:32

"방앗간이죠? 흰떡 하나요?"
"아, 동그랑떡이요. 예, 내일 찾으러 오세요."
크리스마스도 아니고, 신정을 쇠는 것도 아닌데 방앗간에서 흰떡을 빼왔다.
이 떡은 흰쌀로 만들어서 흰떡, 동글동글한 모양이니 동그랑떡, 길고 가늘게 만들어 가래를 뽑는다고 해서 가래떡(한 갈래로 끊어 먹어서 갈래떡)이라고도 한다. 주로 설에 떡국을 만들어 먹어 떡국떡이라고도 하는데 흔하고 대중적이어서 한 여름에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먹고 싶으면 언제든 가능한 떡이다. 같은 재료로 방법만 달리해서 절편을 할 수도 있다. 우린, 남편이 절편을 좋아해서 흰떡 반, 절편 반으로 주문하곤 한다.

하루 이틀 정도 굳힌 다음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주로 떡국용으로 먹지만, 숯불구이할 때 구워 먹으면 별미라서 냉동실엔 항상 가래떡을 보관하고 있다. 갈비찜에, 김치찌개나 부대찌개에도 넣어 먹기도 하며 젊은 층은 치즈를 얹어 먹는 등, 다양한 식재료에도 사용하고 있는 떡이다. k떡볶이가 유명해진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달달한 간장떡볶이와 고추장 양념한 매콤한 떡볶이는 아이들 간식으로 한국인의 분식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무언들, 어떻게 한 들, 그 맛이야 음~~~

남편은 간장에 찍어 먹고, 난 꿀에, 아들은 참기름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한다. 부모님은 조청과 함께 드셨는데, 고추장에 찍어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취향대로 다양하게 즐길 수도 있다. 쌀과 소금만으로 한 떡. 단순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라서 이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언니, 가능한 연초에 한국에 갈까 해." 동생과 통화할 때 들은 기쁜 소식. 일로 오는 거라서 일주일 정도 머문다는데 하루만이라도 강원도에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어차피 구정엔 흰떡을 할 계획인데, 동생네 오면 떡국 한 끼 해주고 싶어 미리 한 것이다. 중국에서 구정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니......

따끈하고, 쫄깃하고, 고소한 떡은 갓 뽑았을 때가 제일 맛있는 법. 떡 박스를 내려놓자마자 남편은 간장에, 난 꿀에 찍어 꿀덕 먹어버렸다. 흰떡을 먹으니 명절처럼 사람들이 기다려진다. 이틀 뒤엔 새해, 2024년이다. 잘 굳으면 떡국용으로 썰어야겠다. 2023에는 떡을 썰고, 2024에는 떡국을 끓이면 된다. 뭔 떡을 1년씩이나 묵혀서 먹는지, 지금은 년말. 그럴 수 있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