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공주 셀리 2024. 1. 8. 13:27

고등학교 때까지 교회에 다녔다. 공부하기 힘들고 마음이 심란하면 새벽에도 교회를 찾곤 했다. 기도실에서 묵상과 기도를 하고 나면 차분해진 마음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대학교 1학년이 되어 성당에 나갔고, 세례를 받았다. 교회와 성당은 모두 그리스도 주 하느님을 믿는 종교다. 둘은 예식과 용어의 차이가 있지만, 뿌리와 추구하는 바가 같아 성당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가톨릭 신자라서 시부모님께 '찜'을 당해 결혼했는데, 시댁 모두 가톨릭 집안이었다. 시부모님은 성당 봉사에 매우 적극적이셨고, 제사와 가정의례도 모두 성당식으로 예를 올리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부모님과 분가를 했을 때, 나는 냉담을 했었다. 그 후, 춥고 긴 시간을 힘들게 보냈었다.

정신을 차린 지 얼마 되지 않는다. 다시 성당에 나가고, 강원도에 이사 와서는 주일미사에 매 번 참석한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반모임이 뜸했다가 작년 봄부터 반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는데, 1반 구역에 살고 있으니 저절로 반원이 되었다. 서먹서먹한 반모임은 그렇게 시작되어 1년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 모임은 '로따'자매님 집. 11시에 아홉 명이 모였다. 기도와 묵상을 하고, 말씀에 대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신앙고백을 하는 반모임. 나는 이 모임이 좋다. 세례 받은 지 이제 1년이 되는 신자부터, 유아세례를 받아 60년 넘게 신자생활을 한 사람도 있다. 아홉 사람 모두 제각기 다른 환경과 경험치가 다르니 서로에게 때로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을 때도 있고, 엉뚱한 발언과 이야기로 때론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강원도가 무인도 같았을 때 만난 사람들이라서일까? 회를 거듭하면서, 어느새 가족 같아진 것은......
'젬마'자매가 다음 주에 다리수술을 한다고 한다. 누구랄 것도 없이 젬마의 수술 당일에는 반원 모두 기도를 할 것이다. '유따'의 손녀가 아프다고 했을 때도 그랬으니까......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와 만나 대화를 하라고 한다. 퇴직을 하고 시골에 내려와서는 그동안 만났던 친구를 만나기가 어렵다. 친구가 많으면 뭘 하나? 멀리 있으니, 이웃보다 덜 만나고 있는 것을.
하고 싶은 것.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취미 생활을 마음껏 즐기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채우면 뭘 하나? 사회적 욕구(사랑과 소속의 욕구, 매슬로우)가 채워지지 못하면 외롭고 고독한 것을.

반모임으로 인해 생활에 활력이 생기고, 신앙심이 아주 조금 더 생겨났을까? 그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