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그림

비 오는 일요일 오후

요술공주 셀리 2024. 1. 14. 15:54

오늘은 새벽미사 가는 날이다. 새벽미사 때문인가?  늦게 잠들고 일찍 일어났다. 그런데, 잠을 잔 건지 안 잔 건지 비몽사몽. 몸이 무겁다.
점심 식사를 하고 잠깐 누웠는데, 어쩌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아주 드문 일이다.
그런데, 날씨는 그새 변장을 한건가? 분명 햇빛이 쨍쨍한 날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비가 오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일주일 중에 금요일을 제일 좋아했었다. 쉬는 날이 이틀이나 있으니, 금요일 오후엔 그 기대로 시간의 부자가 되곤 했었는데. 그 황금 같은 주말은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매 번 순식간 없어져 버려 다음 금요일을 또 기다리곤  했었는데......
퇴직을 한 지금은 평일과 주말의 관계가 모호해졌다. 평일도 주말, 주말도 평일 같은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도 오늘은 2년 전의 어느 일요일처럼 시간 가는 게 아쉽기만 하다.
 
비 때문이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그런데도 손수건 한 장을 꺼내와 그림을 그렸다. 어쩌다 구멍이 난 손수건을 버릴까 하다가 꿰매어 둔 손수건 재료. 거칠게 꿰맨 자국이 마음에 들지 않아 2년을 묵혔었는데, 오늘 그 손수건에 꽃을 그렸다. 자주 그려서 손에 익은 소재이기도 하지만, 손수건엔 화사하고 생기 있는 꽃이 최고다. 꽃은, 손수건 주인에게 희망과 에너지를 주고자 하는 내 의도와 딱 맞는 소재다. 접어서 사용할 때도 다양함을 연출할 수 있어 좋다.

그동안 천에 그리는 염색이 너무 재미있었다. 손수건에 이어 천연염색으로 커튼을 만들 때는 마치 유명한 아티스트인양 잔디밭을 휘젓고 다녔었는데, 예서 염색 그림을 마무리한다는 게 많이 아쉽기만 하다. 손수건 재료도 마지막, 특수물감도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천 염색은 끝. 그러나 캔버스 그림은 시작이다. 글쎄다? 생각한 대로 잘 될는지 모르겠지만 창고에서 10호 캔버스를 꺼내다 놓았다. 뭐라도 하겠지, 뭐라도 되겠지. 꽃을 그리다 보면......
꽃들에게 희망을, 희망이 세상에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니, 무언들 못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