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다시 일상

요술공주 셀리 2024. 2. 14. 10:43

그놈의 쥐 때문에 우리 집은 설날 전부터 비상사태였었다. 오랜만에 명절을 즐기러 온 동생은 가는 날까지 쥐와 전쟁을 벌였다. 기선제압을 하는 가 싶었으나, 여전히 대치 상태. 일망타진을 못해서 아쉬움 가득 남기고 오늘 올라갔다.

미리미리 준비했어도 설날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평소 조용히 살다가 아들네 챙기랴, 부모님과 동생네 챙기느라 하루 종일 부엌에서 나오지 못했다. 틈틈이 손주와 눈을 맞추고 안아주다 보니 1박 2일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아들네가 상경했지만, 쥐와 대처하고 있는 동생네와 부모님 식사는 내 차지. 일주일 내내 식사당번을 하고 있다. 다행히 명절 끝이라서 식재료도 풍부하고, 곰국과 미리 만든 꽃게장이 있어 한결 수월하게 해 냈다. 처음 만든 꽃게장은 대성공. 온 가족이 다 잘 먹어주어 얼마나 뿌듯했던지......, 다 이웃을 잘 만난 덕이다. 김치 장인 요리 고수가 이웃 언니, 동생이라서 이룬 쾌거. 꽃게장은 내년 설에도 또 만들어야겠다.

오전에 간다는 동생을 점심 먹고 가라고 붙잡았다. 제부가 좋아하는 코다리찜과 멸치볶음, 게장과 동생이 좋아하는 오이지무침, 꼬리찜까지 나름 신경 써서 차려 풍성한 식탁을 마련했지만, 중국에 가면 한 동안 못 만날 동생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아들네를 필두로 일주일 동안 매일 얼굴 마주 보던 동생네가 올라갔다. 긴 휴가를 보낸 남편도 하필 오늘 출장을 갔다. 갑자기 텅 빈 강원도. 쌓인 설거지도 해야 하고, 세탁기와 청소기도 돌려야 하는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멍~ 하늘만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다. 아침엔 비를 뿌리더니 하늘도 오늘은 잔뜩 찌푸린 날씨. 봄날처럼 따뜻하지만 나처럼 심란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때, 구름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햇빛 한 자락. 봄 볕 한 자락이 문틈으로 들어온다.
아, 봄! 네가 있었구나. 입춘이 지나고 제주도엔 이미 매화꽃이 피었다더니, 강원도 산꼴짝에도 봄이 오려나보다. 동생은 4월에 다시 온다고 했다. 그래, 까짓 두 달 쯤이야......
벌떡 일어나 세탁기를 돌리고, 부르릉~ 청소기를 돌린다.

어제와 확연히 다른 햇볕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낙엽 사이로 튀어나온 잡초가 눈을 사로잡는다. 아니, 네가 벌써 나왔단말이지? 잡초도 새싹은 예뻐서 낙엽을 살짝 치워주니, 옴마나! 낙엽 밑에 새싹이 파릇파릇. 아니? 얘들아! 겨우내 잠만 자더니 언제 일어난 거니? 어느새 봄이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