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공주 셀리 2024. 2. 19. 11:16

블라인드 하나로, 나는 아침엔 자연과 풍경을 들이고, 밤이면 내 세상을 만든다. 
블라인드를 걷으면, 빛이 되는 아침. 블라인드를 내리면, 자동으로 내 세상이 된다. 아침엔 강원도지만, 밤엔 어디에도 없는 오로지 내 세상이다. 어둠을 가두어 놓고, 글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어젠, 밤새 비가 내렸다. 후드득후드득 어둠 저 편의 빗소리로 밤이 무서움 직도 하련만, 어떤 일인지 빗소리를 오롯이 즐겼다. 빗소리에 잠이 들고 빗소리에 잠에서 깬 아침을 맞았다. 
 
블라인드를 걷은 아침엔 햇살 대신 영롱한 빗방울. 요술쟁이 나뭇가지에 오늘은 보석들이 알알히 박혀있다. 나뭇가지는 그저껜 눈꽃을, 어저껜 서리꽃을 피우더니 오늘은 반짝이는 보석꽃을 매달았다. 햇빛이 없어도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방울을 매단 것은 요정처럼 나타난 비의 마법 때문이다. 
 

  

 

 
 
요정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산을 뒤덮은 안개. 숨은 보석을 찾아 산과 강을 누비고 다녔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 ♬ ~ 왔다 갔다 하는 고기들은 아직 없지만, 봄을 데려오려는 비의 열정이, 요지부동 얼음도 녹였다. 힘차게 내 딛는 봄의 소리, 보이지 않아도 나는 듣고 있다. 봄의 교향곡이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애타게 기다리는 저 길목으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 나는 길가에 서서, 그 소리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