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기쁜 날, 잔치로구나

요술공주 셀리 2024. 2. 21. 12:03

이래서 강원도구나. 유난히 눈이 많다는 강원도, 오늘도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띵똥~띵똥. 눈이 많이 와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 또 조심하라는 재난문자다. 길은 눈과 비가 범벅이 되어 미끄러운 상태. 재난문자 때문에  차로 이동하지 않고 마을버스를 탔다.

오늘은 윗집 언니의 생일이다. 미리 주문한 케이크를 찾으러 간 빵집. 평소엔 카드로 계산을 하는데 이른 아침이라서 현찰로 계산을 했다. 지갑을 꺼내기 위해 가방을 여는데 언듯 보이는 황금색 실루엣. 엇? 뭐지?
순간. 아니, 이게 뭐야! 그렇게 찾아 헤매던 묵주반지가 어떻게 여기에 있지? 잃어버린지 10개월이 된 묵주반지가 가방 안에서 나타난 것이다.

작년 5월, 서울 인사동에서 아버님 전시회가 있었다. 아들네서 묵으면서 전시회는 무사히 잘 마쳤는데 그만, 묵주반지를 잃어버렸었다. 24시간 몸에 지니며 세수할 때조차 빼지 않던 묵주반지를 잃어버리고, 나라를 잃은 양, 세상이 꺼져라 한숨을 뱉었었는데...... 그날 동선상에 있는 미장원과 마트, 심지어 갤러리 직원에게 찾아달라 일일이 전화를 하고, 호주머니랑 지갑, bag이란 bag을 다 꺼내놓고 샅샅이 뒤졌는데도 찾지 못하던 반지다. 그렇게 반지 없이 지낸 10개월. 묵주로 기도는 하고 있지만, 수호신처럼 늘 손에 끼고 있던 반지 없이 10개월을 힘 없이 버텼었다. 내 생일 선물로 묵주반지를 해달라 아들에게 부탁하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반지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외출할 때마다 늘 매고 다니던 bag, 마트에 갈 때도, 서울에 갈 때도 늘 지니고 다녔고, 계산할 때마다 수천 번도 더 넘게 열었던 가방이었다. 그런데, 그 긴 시간 보이지 않던 반지가 오늘 빵집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터리다.
10개월 만에 나타난 묵주반지. 이걸 기적이라고 말해야 하나?
오늘은 내 반지의 생일날이다. 하늘님, 반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도가 절로 나오는 기쁜 날이다.
 

 

윗집 언니의 생일 잔치는 옥이 집에서 열렸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코 끝에 고소한 냄새가 먼저 반긴다. 얼마만의 돈가스란 말인가? 어린애 마냥 돈가스 앞에서 설레기도 처음이다. 음식 준비하느라 볼그레 상기된 옥이를 바라보며 "아이고, 만드느라 고생했구나." 했더니, 맛있을 거라 많이 드시라 한다.   
요리 장인에게 전수 받은 수제 돈가스를 요리고수가 만들었으니, 부드러운 돈가스는 입에서 녹는다.
우리는 오늘, 강원도를 통째로 들인 통창이 딸린 분위기 갑인 레스토랑을 독채로 빌렸다. "우와, 세상천지에 이만한 레스토랑이 또 어디에 있을까?" 10년 넘게 기른 커다란 천리향 화분이 배경이 되고, 만발한 꽃과 아기자기 퀼트 소품으로 장식한 프로방스풍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옥이네 레스토랑에 앉아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함을 함께 나누는데, 눈 오는 풍경까지 기가 막힌 콤보를 더해주었다. 치악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등 굽은 소나무에 눈꽃이 또 피어났다. 언니의 생일을 위해 이웃이 함께한 날, 축제처럼 눈이 쌓였다.
 

 
 
약지 손가락에 낀 묵주반지가 유난히 반짝인다. 오돌도돌한 반지에 자꾸만 손이 간다. 낯익은 감촉, 수십 년 몸에 지니던 반지를 잃어버렸다 되찾은 오늘, 이웃의 생일잔치를 한 날. 내 반지도 생일잔치를 했다.
하늘님이 더 열심히 기도 하라고 묵주반지를 보내주신 오늘은, 축제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