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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손주맞이 대청소다. 첫 번째 목표물은 그네. 남편이 만든 야외 그네가 겨우내 새똥과 먼지로 뒤범벅이 되었다. 거미줄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우선 빗자루로 거미줄을 거두어냈다. 그런데, 지름 10cm 정도의 작은 벌집이 눈에 들어온다. 작년에 지은 벌집이려니 하고 빗자루로 떼어내려 했으나, 잘 떨어지지 않는다. 두어 마리의 벌이 윙윙 날아다니지만, 그대로 물청소를 진행했다. 빗자루로 떼어내지 못한 거미줄과 하얀 새똥은 거센 수압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벌집에 큰 말벌 한 마리가 붙어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앗, 말벌이다. 스프레이 살충제를 뿌려댔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 벌. 아, 그때 알았다. 벌집을 지키려는 엄마벌이었다는 것을......
겨울 내내 진흙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데크에 물세례를 퍼부었다. 수압을 세게 해서 마룻바닥 틈새의 흙을 털어내야 해서 작업을 하는데 또 벌집이 보인다. 이 번엔 콘센트 상자의 문고리. 세상에, 참 교묘하게도 집을 지었다. 문틈 사이에 지지대를 만들고 문고리에 집을 지은 말벌. 내가 늘 커피를 마시는 흔들의자 버로 옆이다. 날마다 수시로 나와 앉아 있는 곳인데 오늘에서야 발견을 했다. 역시 벌 한 마리가 꼭 붙어 있다. 치이익~, 난 스프레이를 양껏 퍼부었다.
내일, 손주가 오면 그네도 태워야 하고, 야외 데크에서 저녁을 먹어야 한다. 유난히 벌레를 무서워하는 며느리. 추석엔 날벌레와 모기가 며느리를 괴롭혔고, 설날엔 노린재와 무당벌레가 많았었다. 강원도 하면, 벌레부터 생각하는 아들 내외. "엄마, 벌레 없지요?" 묻는 아들에게 "당연, 없지."라고 했는데, 무서운 말벌이라니......
"이놈, 말 벌아! 내가 누군가 하면, 방바닥에 기어가는 바퀴벌레를 맨 손으로 잡은 사람이야. 어디서 감히......"
큰 아이가 10개월 아기였을 때. 벌레라면 하루살이도 무서워하던 내가 잠든 아가 옆으로 기어가는 바퀴벌레를 발견했는데, 앗. 우리 아가! 그리고는 손바닥으로 탁~, 바퀴벌레를 잡았었다. 지금은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두 개의 벌집은 물청소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미안한 마음보다 손주맞이의 마음이 큰걸 어쩌겠는가. 그게 다 엄마의 마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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