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잠을 잔 날. 주인 닮은 게으른 꽃들은, 산골짝의 잠꾸러기다. 서울은 모두 지고 있는데 여긴 이제 피고 있으니......손끝만 스쳐도 향기를 내뿜는 백리향 백리향 향기 품은 청초한 앵초엇? 그런데 오늘 새로 핀 넌, 어디서 온 누구니?친구 따라 강원도 온 가자니아우아함과 고귀함을 갖춘 문광나무는 향기마저 고급지다같은 흰색꽃인데 몽글몽글 귀여운 옥매(화)나도 흰색. 백철쭉이다유후, 난 귀엽고 화려한 꽃잔디흰색만 있으면 심심하지. 난 무늬 꽃잔디우린 똘똘 뭉친 한 가족이야이 집의 트레이드 마크, 황매가 마구마구 터지고 있다화려한 꽃. 그러나 멀리서 보면 수수한 수양 꽃사과엄마가 좋아하는 꽃, 서부해당화여전히 존재감 뿜뿜한 밥풀꽃왜 할미꽃이라 부르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다매의 발톱을 닮았다는데, 너무나 이쁜..

햇빛이 또 화사하다. 이런 날이 문제다. 쓸데없이 일을 벌이는 날, 야금야금 일을 하다 꼭 무리를 한다. 덩굴장미 이사 간 땅을 오늘에서야 정리를 한다. 어젠 일요일인 데다, 비가 내려 매발톱 씨를 뿌리고, 오렌지 타임 20그루를 심어주었다. 숙원사업이던 운용매화도 사과나무 뒤에 식재하고...... 오늘은 꽃씨를 뿌리는 날. 씨앗통을 찾아보니 아직 뿌리지 않은 씨앗이 여전히 많다. 종이꽃은 덩굴장미 이사 간 자리에, 우단동자는 주차장 옆 목수국 뒷자리에 뿌려주었다. 호미로 땅을 고르는데, 오늘도 역시 잡초가 걸림돌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날', 잡초 뽑는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서야 우단동자를 파종할 수 있었다. 메리골드와 우단동자는 붉은색 톤(tone), 여름에 수국이 흰 꽃을 피우면 '잘 어울리는..

칸나를, 일 년 초라고 알고 있었다. 농원에서 모종을 살 때도 "내년에는 힘들다"라고 했다. 내가 시골살이 초보란 걸 농원 주인도 알았나 보다. 안부를 물으려 통화한 박 교장님이 '칸나의 겨울나기 방법'을 가르쳐주셨다. 그런데, 운전 연습하랴 남편의 무릎덮개 뜨랴 또 며칠을 보내고 오늘에서야 칸나를 캐 보는데, 줄기는 이미 얼어서 꺽인지 오래다. 박 교장님 블로그를 참고하고 다른 사람의 유 투브를 공부해도 서리가 내리기 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던데, 지금은 11월 말이지 않은가. 된서리도 내리고 얼음도 얼었었는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이른 때'라는 말을 믿으며 라이언 일병을 구하는 마음으로 배운대로 한 번 해보는 거다. 호미를 가지고 땅을 파는데 줄기는 얼..

"어떻게 여길 온 거야?" "여긴 가을 나라인데 네가 여기 있으면 어떡해" 여긴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인데 활짝 피어있는 꽃들이 있어 깜짝 놀랐다. 그동안 풀에 가려 있다가 이제야 발견하니 반갑다기보다 깜짝 놀랄 일이다. 견디어 온 것일까? 아님 굳건한 것일까? 대부분의 꽃들이 지고 나면 잊히는데, 이 꽃들은 열렬히 버티고 있으니 장하고 귀하다. 어차피 겨울이면 이 꽃들도 잠자러 가겠지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플 일이지만, 지금은 오늘 함께해주는'여기'에 ' 있음'으로 그저 감사하다. (봄부터 늦여름까지 하늘하늘 피어있는 삼색제비꽃) (이른 봄 청초하게 피어 있는 수선화. 나르시시즘이 다시 너를 일으켜 세웠구나. 아니면 봄인 줄 알았더냐) (동생이 최애 하는 주황색 인동. 봄보다 작게 피어나 찬 서리를 굳건..

루엘리아, 너는 우연히 내게 와서 곁에 있어주니 참 좋구나. 동그란 화병에 담았더니 긴 네 다리 때문에 자꾸만 넘어져서 격은 떨어지지만 페트병을 잘라 옮겨줬을 뿐인데 아하, 어느 날 뿌리를 내렸네. 똑같은 하루가 지루했을 텐데 어쩌다 물이나 채워주는 주인네를 원망도 없이 어떻게 뿌리를 내렸니. 화분에 담긴 네 친구들에겐 말도 건네고 흙도 만져주면서 물속에 첨벙 담가놓고 내방 쳐두더니 뿌리를 내린 이제야 관심을 보여 미안해. 루엘리아 너도 이제 화분에 담아 두고 인사도 건네고 세수도 시켜줄게. 부지런한 윗집과 끝집으로 시집보내 잘 키워달라면 내년엔 너도 보랏빛 꽃을 피워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