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에 사다 심은 꽃모종이 잘 자라주어 참 고맙다. 봄 내내 이쁨을 선사하던 꽃들이 여름이 익어가면서 어느새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 이사 온 이웃 때문에 새로 안 사실, 족두리 꽃, 종이꽃, 백일홍은 다년생은 아니지만, 씨를 받아 뿌리면 내년에 꽃을 다시 볼 수 있단다. "세상에 그 쉬운 걸 몰랐다니...." 족두리꽃과 종이꽃이 예쁘고 오래 피어주길래, 내년 꽃모종 구입 리스트에 일 순위로 올려놓았는데...... 내년엔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들을 볼 수 있겠다. 참, 고마운 이웃. 고맙습니다! 씨를 품은 빨강 접시꽃 족두리꽃과 씨앗 익어가고 있는 종이꽃

"왜, 없지?" 분명 심었는데..... 봄에 모종을 사다 심은 '부추'가 보이지 않는다. 꽃모종을 사러 갔다가 상추랑 부추, 아욱 등을 샀던 기억이 있는데 도무지 부추를 찾을 수가 없다. 근대가 너무 웃자란 데다 장맛비에 이파리가 녹아내려 어제는 근대를 뽑아버렸다. 내친김에,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해 쓰러져 있는 아욱도 뽑아 버렸다. "세상에, 이게 누구야?" 쓰러져 있는 아욱 밑에 처참히 누워 있는 부추. "아고, 미안해! 부추야." 뒤편엔 참외 넝쿨이, 앞에는 아욱이 쓰러져 덮여있었으니...... 청록색이어야 할 부추는 병색이 뚜렷한 노랑연두. 햇볕도 못 보고 장맛비에 기력이 딸리니 서 있지도 못하고 그냥 누워 있었다. 도대체 작물과 작물 사이는 얼마만큼의 간격을 두어야 하는 건가? 모종을 심을 때 ..

"언니" "열매들이 다, 왜 이렇게 작아?" "날 닮아서 그렇다. 왜?" 오이도, 가지도 심지어 포도도 맺은 모양이 참 부실하다. '오이 밭에 오이는 길쭉길쭉'해야 하는데 마치 조롱박처럼 생겼고 벌레 때문일까? 장마 때문일까? 포도는 벌레가 이파리를 갉아먹어, 구멍이 숭숭. 알맹이는 코딱지만 하고.... 이파리에 반점도 생겨, 화도 나고 참 속상하다. 게다가 바이오체리는 지난 강풍과 집중호우로 한 번 쓰러지기도 했었다. 게으르고 무지해서 생긴 일이니 미안할 뿐이다. 자주 들여다 보고, 풀도 뽑아주고, 불필요한 곁가지와 열매도 따주고, 거름도 듬뿍 줬어야 했는데..... 포도는 약을 쳐줘야 하나? 싱숭생숭 감상용 농사가 아니다. 그래도 꽃을 보듯, 가꾸어 보자.

작은 텃밭이지만 채소 나라치곤 강대국이다. 상추, 치커리, 근대, 아욱, 샐러리, 피망, 아스파라거스, 고추, 오이, 가지, 호박, 옥수수, 토마토, 비트 그리고 참외와 수박을 심었다. 비트는 씨를 뿌렸더니 너무 많이 나왔고 나머지는 두 그루에서 많게는 열댓 그루 정도 자라고 있으니 부자나라 맞다. 장마철에는 비 그친 틈새에 잠깐잠깐 일을 해야 한다. 오랜만에 텃밭에 나가 풀을 뽑아준다. 끝자락 상추부터 시작해서 오이, 참외 근처의 풀을 뽑고 있는데 "왓, 이게 뭐야? 참외가 열렸어". 솜털 보송보송한, 콩알만 한 참외가 달려 있는 거다. "우와, 수박도 달려 있고......" 우 하 하... 아들이 태어났을 때, 이런 기분이었나? 참외와 수박! 너희는 대박! 이구나 솜털 참외 애기 수박(10cm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