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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엘리아, 너는
우연히 내게 와서 곁에 있어주니 참 좋구나.
동그란 화병에 담았더니
긴 네 다리 때문에 자꾸만 넘어져서
격은 떨어지지만 페트병을 잘라 옮겨줬을 뿐인데
아하, 어느 날 뿌리를 내렸네.
똑같은 하루가 지루했을 텐데
어쩌다 물이나 채워주는 주인네를
원망도 없이 어떻게 뿌리를 내렸니.
화분에 담긴 네 친구들에겐 말도 건네고 흙도 만져주면서
물속에 첨벙 담가놓고 내방 쳐두더니
뿌리를 내린 이제야 관심을 보여 미안해.
루엘리아
너도 이제 화분에 담아 두고
인사도 건네고 세수도 시켜줄게.
부지런한 윗집과 끝집으로
시집보내 잘 키워달라면
내년엔 너도
보랏빛 꽃을 피워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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