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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이 집도 풍년이다.
루리네가 테이프를 끊더니 5일엔 안양 숙부님 부부가 다녀가시고,
금요일엔 남편이 올라왔다. 8일, 어머님 기일에 막내 시누이 부부와 작은 아들이 내려오더니, 어젠 큰아들까지 다녀갔다. 우하하 풍년가를 울려라! 춤을 추는 강원도......
6일엔 동생네가 중국으로 떠나고,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은 오전엔 큰아들이, 오후엔 남편이 일터로 돌아갔는데, 어쩐 일로 마음이 평온하다. 비 온 끝이라 바람도 불고 음산한 날씨인데도 말이다.
옆집 은ㅇ씨가 반갑게 부른다.
"보랏빛 꽃이 너무 예쁜 '루엘리아'예요. 한 번 키워보세요."
화분에서 반을 뚝 잘라 주신, 이름부터 남다른 루엘리아를 집으로 들였다.
'루엘리아'는 목나팔, 우창 꽃(우창 선생님이 베트남에서 들여와서 붙여진 이름), 멕시칸 페튜니아 등으로도 불린다. 모양은 늘씬하고 대나무 같이 키 잘 크는 꽃. 꽃잎엔 주름이 많으며 분홍색, 보라색 꽃이 있단다. 아침 일찍 피었다가 오후 되면 시들지만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부지런히 피는 꽃.
다만, 노지 월동이 힘든 아열대 식물로 쥐꼬리 망초과의 다년초다. 꽃말은 '신비로움', '사랑을 위해 멋을 내는 남자'라는데 열정 많은 남자라서 영하의 날씨에는 힘을 쓰지 못한다고 하니, 손이 많이 가는 남자인가 보다. 영락없이 화분행이다. 번식력이 강해 수경재배도 가능하다 해서, 가지를 잘라 물병에도 꽂아본다.
잠깐 그쳤던 비가 추적추적 다시 내린다.
일기예보 대로, 10월 중 가장 기온이 내려간 제법 쌀쌀한 날씨다.
폭풍처럼 몰려왔다 제 자리로 돌아간 가족들의 빈자리가 쓸쓸하기도 하련만, 오늘은 참 평화롭다.
이제 이런 상항에 익숙한 탓일까?
아니면, '사랑을 위해 멋을 내는 남자, 루엘리아', 너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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