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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새벽에 생긴 일

요술공주 셀리 2024. 8. 10. 06:19

다 감기약 때문이다.
읍내 병원에서 처방한 감기약을 먹고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약사 말대로 저녁 식후 30분 뒤, 약을 먹었더니 잠이 또 쏟아졌다. 언제 잠이 들었을까. 아침인 줄 눈을 떴는데, 새벽 2시다. TV를 켰다.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프랑스와 스페인 경기는 재미 있어 시청하다가 그만 잠을 놓쳐버렸다. '구해줘 전원주택'까지 보고서 잠을 청했지만 달아난 잠이 돌아올 리 없다.

새벽에 내 집 정원에 나가보기도 처음이다. 안개에 잠긴 산을 배경으로 나무와 꽃들이 마법에 걸린 듯, 꿈결인 듯 고요하다. 꽃들이 잠에서 깰까 봐 나도 살금살금. 쉿! 밤새 내린 이슬도 꽃을 깨우지 말라고 소곤소곤.
새벽하늘이 이렇게 비밀이 많았었나? 하늘은 안개 뒤로 숨어 코발트 물감을 풀어놓는다. 파란 베일에 싸인 새벽. 그래서 이 새벽이 더 아름다울 뿐이다.

 

 

 

 

 

 

 



꽃밭을 둘러보는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요술지팡이 스치고 간 하늘은 어둠 한 겹씩을 벗겨내고 하나, 둘 꽃들이 깨어나고 있다.

 

 

 

 


그때, 흰사슴이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물가로 간다. 애기 사슴도 엄마를 따라 샘물로 가고......
샘물에 먼저온 나무들. 이제 막 세수를 한 나무들의 얼굴이 이렇게 맑고 고울 수가 없다.

 

 

 

 

 



이슬에 젖은 발이 선선하다. 긴팔을 걸치고 나올걸.
내가 안개에 젖어갈수록, 하늘은 한 꺼풀 씩 어둠의 옷을 벗어 놓는다. 그 옷자락 하나를 얼른 집어 내 마음에 살포시 끌어 앉는다. 아, 부드러운 아침의 살결.
매미들이 떼지어 합창을 한다. "아침이야, 모두들 일어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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