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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칼로 물 베기

요술공주 셀리 2024. 11. 26. 15:04

칼 두 개가 하늘에서 쨍하고 부딪혔다. 순간 번개가 번쩍,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당신은 왜 내가 싫다는 저걸 맨날 끼고 다니는 거야?"
"아니, 난 괜찮은데......"
안방에 가구 하나를 배치하는데 남편이 버럭 화를 냈다. 남편의 마음에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다는 증거다.

남편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 온 스피커와 오디오는 그때 당시 꽤 값이 나가는 제품이었다. 가난했을 때, 외국에 나가 열심히 번 돈으로 산 것이니 오디오는 남편의 보물 1호나 마찬가지다. 어느 날, 아내와 함께 들으려고 클래식을 틀었는데 그게, 너무 크게 들려서 "아이고, 시끄러워" 했다가 남편이 엄청 크게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다. 남편은 기분이 좋을 때, 흘러간 팝송을 듣곤 한다. 그런데, 난 올드한 팝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기 일쑤.

오늘도 남편은 오디오와 스피커를 연결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스피커를 천장 가까이 매단다고 저리 고집을 피우고 있으니 난, 안된다 우기고 저인 그래야 한다고 해서 결국 큰 소리가 나고 싸움이 되고 말았다.
"스피커는 마주 봐야 소리가 울리는 거지."
"암튼 소리도 중요하지만, 시선도 중요해. 인테리어의 기본은 시선의 흐름인데 저 큰 스피커가 하늘에 매달리다니, 말도 안 되지."
"난 자기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줬는데, 내가 원하는 건 다 반대를 하고 있네. 이건, 내 맘대로 할 거야."
그리고 두 사람은 입틀막. 집안엔 사람 소리 없이 빗소리만 가득하다.

난 슬그머니 안방으로 가 옷 정리를 하고, 남편은 거실에서 오디오와 싸움 중이다.
그런데 "자기야, 이것 좀 잡아줘." 남편이 다급하게 부른다. 작업 중에 자주 생기는 일이다. 남편은 조수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 도와주었더니 고마워란 말을 했고, 되받아 뭘 이런 걸 가지고...
화해가 별 건가? 말이 오갔으면 된 거지 뭐.

안방에 거대한? 붙장이장을 만들었더니, 싱글 침대 두 개를 도저히 배치할 수 없게 됐다. 고민 끝에 싱글 하나에 50cm를 덧붙여 더블 침대를 만들어 해결했다. 그래서 남은 싱글침대를 별채로 옮기면서 식탁을 부엌으로 옮겼다. 식탁 위의 화분은 또 거실로 옮기고, 도미노처럼 배치와 재배치를 번갈아 하다 보니, 두 사람 모두 어느새 기분이 풀렸다.



"식탁을 옮기면 부엌이 좁아 보일 줄 알았는데 괜찮다, 그치?"
"그러게, 원탁을 놓으면 꽤 분위기 있겠는걸? 우리 점심은 여기서 먹을까?"
우린, 참기름에 달달 볶은 김치볶음밥을 새로 옮긴 식탁에서 함께 먹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오후 내내 집안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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