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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일기(2.14)

요술공주 셀리 2025. 2. 14. 09:38

창밖의 햇살은 기운이 넘치고, 쌓인 눈은 점점 기운이 빠져가고 있다. 봄이 오고 있음이다.
그런데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허송세월, 겨울을 다 보내버렸다. 겨우내 달랑, 풍경화 한 장을 완성했으니 어느 세월에 목표를 채울 수 있을까?
그래. 늦었지만, 이제라도 붓을 잡아보기로 한다.

왜, 꼭 강렬해야 하는지? 왜 붓을 잡으면 터프해지는지? 시작은 늘 강렬한 색채와 터프한 붓질로 시작을 한다. 그러나 용두사미, 완성한 그림이 늘 부족해서 작년에 그린 '매발톱' 연작을 수정하기로 했다. 보라색꽃은 살리고 적당히 보완만 하려던 계획이었지만 그리다 보니, 전혀 다른 그림이 되었다. 의도한 대로 되지 않으니 피곤이 몰려왔다. 좀 쉬었다 하자 하고 누웠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아, 나이 듦을 실감하고 잠시 주춤. 그림 그리기도 벌써 어제 일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햇볕의 기운이 달라졌다. 일찍 나타나더니 오래 머무르는 짓이 살금살금 봄을 불러오는 것 같다. 나도 따라 괜스레 설레고, 뭔가 하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생겨나고 있다. 좋은 징조다.



기존의 딱딱한 느낌을 보완하려 시작했는데 매발톱꽃 모양도, 색채도 새 붓질에 모두 묻혀버렸다. 그렇다면 기법도 새로, 분위기도 새로 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그리면 그릴수록 만족에 목이 마른다. 그래서 머리로 생각했던 디자인 요소를 더 그려줬는데, 어이쿠 이게 아니다. 길을 잘못 찾았다 싶다.
더 했다간 망쳐버릴 각. 오늘은 여기서 '우선멈춤' 해야할 것 같다.



속 상한 마음을 환기 시킬 겸 밖으로 나왔다. 봄볕에 이끌려 따라간 곳은 눈 덮인 정원. 북쪽 법면의 바위틈에 자리한 잣나무를 베어 버렸다. 넌 왜 하필 흙도 부족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려 내 눈에 띄였는지......
톱을 잡은 김에 눈더미에 쓰러져 있는 들국화 마른 가지도 베어주었다. 종로에서 뺨 맏은 화풀이를 강원도에서 했는데, 오늘, 얼떨결에 봄맞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나무에 퇴비를 줄 때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주말엔 나무마다 비료를 주고, 겨우내 방치했던 꽃나무 마른 가지를 잘라줘야겠다. 이제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겠구나 생각한다. 절로 생기가 나고 마음은 벌써 꽃과 정원에 머물러 있다. 설렘도 봄을 따라 내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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