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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1박 2일

요술공주 셀리 2025. 5. 31. 15:27

이제야 휴식이다. 그런데 집안이 엉망이다. 여기저기 장난감이 쌓여 있고, 부엌은 그릇이 한가득이요 이방 저방 이불이 널려있다. 깨끗이 청소한 게 분명 어제였는데, 하룻만에 집안이 난장판이다. 다 꼬마손님 때문이다. 티슈 한 박스가 동이 났고, 장난기가 부쩍 많아진 손주 덕분에 수건과 화장지가 수북하다. 물을 먹겠다 하면서 '푸르르' 뱉어내는 물장난 때문에 더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귀여움 빵빵 터지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




미열이 있고, 콧물을 줄줄 흘리는 감기 중에도 손주가 잘 웃고, 잘 먹어서 얼마나 고마웠던지...... 다만,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힘들어 하는 손주 때문에 아들네는 서둘러 짐을 챙겨 출발을 했다. 차에서 낮잠을 재워서 서울까지 무사히 도착하게 하기 위해서다.

아들이 탄 자동차가 출발하자마자 강원도에 찾아온 적막. 신기하게도 손주의 목소리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집 안도 집 밖에도 바람 소리조차 없으니 갑작스런 조용함에 난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다.

거실 한 쪽에 우두커니 앉은 구조물. 손주를 위해 큰 박스를 도려내 집을 만들었는데, 집주인 손주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은 작은 공간을 좋아한대서 남편이 텐트를 준비했는데도 손주는 우리 마음도 모르고 자꾸만 텐트 안에서 나오려고만 했다. 아직 어려서인지, 개인차인 건지......




도시 남자라서일까? 잔디에서도 안아달라 하고, 딸기 따는 체험을 시켜도 기어가는 개미만 쳐다봤던 손주다. 그러나 밭에서 딴 딸기는 너무 잘 먹어서 철거하지 않은 딸기밭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1박 2일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나? 아들 손주 온다고 준비한 시간은 꽤 길었던 것 같은데, 손주와 함께한 시간은 순간이었으니......
여름휴가에 또 오라 했더니, 아들은 고개를 끄덕끄덕. 며느리는 묵묵부답. 하긴, 아들 집에서의 1박 2일이 나도 짧지만은 않았음을 기억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으니......
손주 보고 싶으면, 이제 내가 올라가는 게 빠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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