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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고 나면 슬픔 오려나?
그럼 꽃이 피었을 때 기쁨이었나? 생각하니 겨우내 나는 꽃을 준비하고 있었다.
동생이 중국에 간다고 여름옷부터 겨울옷을 준비하고, 뭔 약을 1년 치나 사 쟁인다.
한 지붕 아래에 아들 며느리 손주들과 알콩달콩 함께 사는 가족들과 헤어지는데도 남편의 일터인 중국행이 왜 마냥 즐거워 보이는 걸까?
엄마는 딸과 헤어짐이 싫다고 벌써 여러번 울음 울고, 나는 한 달 전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말 수가 줄었다.
동생을 꽃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속 깊고 마음씨 고운 그녀가 내겐 기쁨이고 위안이니 동생 없는 겨울을 생각하면 초가을 한 낮인데도 마음은 엄동설한이다.
하늘 바라기 해바라기가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쓰러졌는데, 시들 시들 없어진 한련화가 어느 날 다시 피고, 꽃 진 자리에 갈잎 바삭이던 '으아리'도 새로 피었다.
그러고 보니 '샤피니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고, '섬색시'와 '백일홍'도 여전히 건재하다.




중국 간다는 동생은 어릴 땐 참 많이도 싸우고 울리고 울던 사이였는데, 언제부턴가 서로를 의지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남동생보다 말이 통하는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이 내게 해바라기가 된 것은 나이 탓인 건가?
"언니, 이건 덜꿩이고, 이건 인동초야" 40대에 일치감치 전원주택을 마련한 동생이 도무지 귀에 설은 꽃 이름을 말할 때, 나는 일더미에 묻혀 살았고, 동생 따라 강원도에 집을 지으면서 "동생아, 동쪽엔 무얼 심고,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꽃이 뭘까?" 관심 가지며 그때부터 꽃사랑이 시작된 것 같다.




그런데, 왜 하필 가을인거니?
봄이었으면 화단 만들랴 꽃 심으랴 네 빈자리가 좀 덜 힘들었을 텐데......
꽃 지는 가을 가면 풀도 꽃도 없으니 하루 종일 네 생각, 봄만 기다리고 있을 텐데......
지는 꽃 옆 자리,
가을 꽃 단풍이 피었구나.
가을이 한창이니, 이제 단풍 꽃 곧 피우겠지.
그래, 아직 단풍이 오지 않았으니 겨울은 생각지도 말자꾸나. 그러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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