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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와 시간이 비례해서,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도 빨리 간다"
고 김동길 박사님의 말씀이 자주 생각난다.
퇴임을 하고 '새로 가는 시계'는 당연히 '느리게 가는 시계'일 줄 알았다.
창문의 블라인드를 열면서 아침을 시작하는데, 날마다 보는 풍경은 늘 새롭다. '풍경 때리기' 한판 하고 커피를 내린다. 출근할 때도 늘 하던 일이다. 가능하면 오전엔 TV를 켜지 않고 기도를 하거나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쓰는데, 뜨개질을 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는 이도 장담할 수 없다.
햇볕이 화사할 때는 꽃밭에 나간다. 그런데 열에 아홉은 꽃 보러 갔다가 풀을 뽑는다. 그놈의 풀은 왜 그리 많은지, 날마다 뽑는데 날마다 새 풀이 생긴다.
볕이 좋으니, 빨래도 아침 일이다.
햇볕에 말린 바스락거리고 뽀송뽀송한 면 수건은 서울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좋은 날씨에는 주로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 데크에서 '놀멍'을 하거나 그네를 타고 풍경을 바라보거나 하는데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시골살이가 은근히 몸으로 하는 노동이 많아 녹녹지 않으니.....
산골의 하루는 유난히 짧다.
산허리에 늘 해가 걸리고 달이 걸려 있으니 말이다.
오전 시간은 그럭저럭 늘어지다가 오후엔 훌쩍 해가 나가떨어진다.
그런데도 한 시간은 길다.
30분 정도 걸리는 기도와 집안일은 해야 하는 일. 이상하게 해야하는 일은 시간이 늘어지곤 한다.
시간은 늘상 하는 일로 보내는데,
하루는 이렇게 짧다.
근무할 때보다 하루가 짧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름엔 그나마 해 볼 일이 많으나, 가을이 되니 5시면 저벅저벅 어둠이 걸어온다.
6시엔 어느새 밤이 되고.....실내등을 켜야 하나, 하루를 보내기 싫어 어둠에 익숙해지기로 한다.
밤이 쌓여가면, 왜 '아름다운 고통' 그리움도 쌓이는 걸까?
하루의 기차가 그리움을 싣고 무거운 몸으로 산을 넘어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