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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전 내내 촉촉한 비가 내린다.
보슬보슬 단 비로, 서울에서 벌써 꽃소식이 전해온다.
서울보다 1달여 늦은 강원도는 이제야 봄의 전령 산수유 꽃봉오리가 통통해져 간다.
새 순을 준비하는 나무들도 비를 흠뻑 들이켰으니 이제 이식을 할 좋은 때다.
그런데 비가 내리니, 오늘 하려던 나무 이식은 아무래도 오후에 해야 할 것 같다.
지루한 시간, 동생네 부부와 부모님을 위해 수제비를 만들어야겠다. 멸치 육수를 미리 준비해 두고 텅 텅 텅, 서울에선 할 수 없었던 밀가루 반죽을 치댄다. 이래야 반죽이 부드럽고 쫀득해진다. 멸치 육수에 호박과 감자를 썰어 넣고 끓이다가 수제비를 떠 넣어 완성한 수제비는 대성공, 비가 오는 점심에 따끈한 국물과 함께 먹으니 최고다!
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오후, 삽과 호미를 챙겨 남편과 함께 엊그제 개나리를 캐낸 법면을 보수하기로 한다. 경사가 급한 법면의 흙 쓸림을 방지하기 위해 큰 돌멩이를 쌓는 작업이 오늘의 일거리다.
무거운 돌을 이리저리 옮기는데 물 먹은 흙더미는 무겁고, 물기 있는 경사면은 미끄럽다.
넘어지지 않고 2m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을 주면서 일 하기를 2시간 여,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아휴, 힘들어.
그런데 다음 주는 남편의 출장이 잡혀 있으니 오늘, 나무도 옮겨야 한다.
3년 전, 황금 병꽃과 삼색 버드나무(플라밍고 샐릭스)를 나란히 심었는데,
성장 속도가 빠른 샐릭스가 병꽃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니 빨리 병꽃을 구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새 자리를 잡은 병꽃의 뿌리가 단단해서 옮기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할 수 없이 굵고 큰 뿌리를 삽으로 잘라서 두 그루의 병꽃을 볕 잘 드는 곳으로 옮겨주었다.
"제발 잘 자라다오." 토닥토닥 어깨도 두드려주고 물도 부어준다.
그런데, 병꽃을 옮기다 보니 그늘이 생기는 백철쭉이 또 문제, 키 작은 백철쭉 6그루도 다시 옮겨주었다.
어느새 저녁 7시다
대 여섯 시간을 흙을 파고, 돌을 나르고, 쌓고 했으니 이미 무리한 일정이었다. 기진맥진, 그런데도 옮겨 놓은 병꽃과 백철쭉의 개운한 얼굴을 바라보니 그저 기쁘고 즐겁다.
다듬어진 축대와 옮긴 애기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아이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둠이 내린다.
함께 있어도 보고 싶다 했던가? 애정 하는 연인이 또 생겼으니, 빨리 아침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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