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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풍경

겨울잠

요술공주 셀리 2023. 1. 5. 15:49

양평에 주말농장을 하는 친구와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통화를 했다.
청순한 외모에 얌전한 그녀가 16년째 주말이면 양평에 내려가 호미를 들고 밭을 매고 풀을 뽑았다니,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것도 1000여 평 되는 땅에 300~400평 농사를 짓는다니 놀라울 일이다.

그 친구 역시, 나만큼이나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3월에 감자를 심는다면서, 구정 지나고 짧은 2월을 보내면 3월이 오니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면서......

오늘도 따뜻한 해를 맞으며 산책을 한다.
그런데, 거의 날마다 같은 코스로 걸었는데도 왜 못보았을까?
풀이며, 꽃이며 파릇한 이파리가 이제야 보이다니......'자세히 보아야 예쁜' 이 꽃들이 어찌 반갑지 아니하랴?
엄동설한 동장군이 매서운 칼날을 휘두르는데, 어떻게 저렇게 꿋꿋이 초록 날개를 펼치고 있는 걸까?
대부분의 풀과 나무들은 꽁꽁 숨어 동장군의 칼날에 바짝 엎들여 있는데 말이다.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니 탱탱한 잡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꽃 속에 겨울을 견디고 있는 이 꽃들은 또 무엇일까?
잠에서 깨어난 것은 아닐터이니 긴 겨울, 초록을 입고 잠을 자는 꽃들에게 말을 건넨다.
"깨우지 않을테니 푹 자고 봄에 만나자꾸나"
"예. 오래 기다라지 않아도 됩니다. 땅 속은 따뜻하니까요"

(동생 집 계단 아래 자리잡은 끈끈이대나무꽃)

(여전히 통통한 송엽국)

(아기자기 잔디꽃)

(끈끈이대나무꽃과 접시꽃)

(목수국)

(구절초)

(우단동자)

(영산홍)

(길가의 꿋꿋한 잡초들)

봄을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은 같다.
(해충을 막으려고 나무에 칠을 해준 사과나무), 봄이 되면 뿌려줄 비료, 퇴비도 나무와 함께 동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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