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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재를 뿌리다

요술공주 셀리 2023. 1. 9. 10:30

3~4년을 버티어 오다 결국, 화목 난로를 들였다.
오슬오슬 떨다가 동생 집에 가면 후끈후끈 난로가 있어 한참을 놀다 오곤 했다. 추위를 심하게 타는 언니가 안쓰러워 해마다 '난로 예찬'을 하던 동생이 우리 집에 난로를 들인 날 제일 좋아라 했다.

유난히 일교차가 심한 강원도는 아침이면 얼음이 언다.
12월에 내린 눈 위에 며칠 전 밤새 눈이 내려 여긴 설국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낮 동안의 햇빛으로 도로의 빙판은 생기지 않았지만, 데크 앞은 늘 지붕에서 녹은 눈물로 빙판이 생기곤 한다.
현관의 지붕에서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물방울이 따뜻해진 날씨에 뚜둑뚜둑 떨어져 데크 바닥이 늘 물로 흥건하다. 낮에 젖어 있던 바닥은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 빙판이 되어 아침이면 위험천만 빙판이 되곤 하는 것이다. 며칠 전, 고양이 밥을 주러 가다가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질 뻔한 기억이 있다. 낮엔 눈이 녹아 눈물이 뚝 뚝 떨어지다가 밤새 꽁꽁 얼어 빙판을 만들어 위험한 상황인데도 그저 조심조심 피해서 다니면 괜찮다 생각했는데, 결국 어제 사단이 나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난로의 재를 버리러 가던 남편이 그만 데크 위 빙판에서 '꽈당' 제대로 넘어진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남편이 많이 놀라고 당황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남편은 재를 뒤짚어 쓰지 않으려고 '조치'를 취했다고 자랑?을 했지만 온통 재 범벅이 되어 옷을 다 갈아입었단다. 휴, 그만하길 다행이다! 머리를 다치지 않아 다행이고 큰 상처 없어 다행이고...... 다만, 재를 뒤집어 쓰지 않으려고 노력? 한 탓에 근육이 뭉쳐 두어 군데 파스를 붙이고 마무리를 했지만, 신년 초 제대로 액땜을 하게 되었다.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어릴 때 엄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사후 약방문'이지만 남편은 크게 넘어지고 난 후 눈물 떨어지는 곳에 플라스틱 양동이를 갖다 놓았다. "물 넘치지 않게 가끔 들여다 보라"하면서......작게 생긴 빙판이라서 간과했고 넘어질 뻔했으나 넘어지지 않았으니 나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양동이에 떨어지는 물로 데크에는 더 이상 빙판을 만들지 않게 되었다.

평소에도 '생각'이란 걸 많이 하지 않던 사람인데 여기 와서 '단순하게 살자'며 유유자적 방심하다가 결국, '큰 코를 다쳤다'.
남편이나, 나나 진작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현관 앞에 생긴 작은 빙판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되었는데도 아무도 누군가 여기서 넘어질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부모님도 벌써 여러 번 다녀가셨는데, 9 순 노인네가 넘어지셨다면...., 아이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selly야,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자"
미리미리 계획하고, 밑그림을 그리고, 예방 좀 하며 살자.
도처에 산재해 있는 위험을 미리 예방하고, 이왕이면 도처에 널려 있는 시골의 재미도 미리미리 생각해서 누리고 살자꾸나.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칠 수 있도록 생각을 하고 살자꾸나.
'생각하는' 그래서 좀 센스 있고 우아한 농사꾼, '생각이 있는' 사람으로 살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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