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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풍경

운무(겨울)

요술공주 셀리 2023. 1. 14. 15:37

사진을 찍었을 때 안개와 구름(운무)은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더라. 과학적으로도 구름과 안개는 다르지만, 그 느낌도 맛도 다르더라. 안개는 땅에 붙어 묵직하고 진득하지만, 구름은 변화무쌍하고 가벼워 날아다니니 더 재미 있고 볼 게 많더라.

사진은 순간의 미학임을 뒤늦게 알아차렸는데,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묘한 재미가 있어 배운 적 없어도 시도 때도 없이 사진 삼매경에 빠져 지낸다.

어젠 보슬보슬 안개비가 내렸다. 비가 그친 줄 알고 우산도 없이 산책을 나갔는데 아주 작은 빗방울이 내려 서둘러 돌아왔지만, 자욱한 안개가 내린 멋진 풍경을 담아 올 수 있었다. 비와 눈, 구름 때문에 자연의 변신을 자주 목격한다.
변신할 때마다 그 아름다움이 계절과 아침, 점심, 저녁 시간에 따라 달라져서 늘 새로운 풍경에 놀라고 감탄을 하게 된다. 엊그젠 눈이 내렸고, 어제도 비가오고 오늘도 잠깐 비가 내렸는데 어제랑 오늘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어제는 안개를, 오늘은 구름을 선사해 주었다.

남편이 운전을 하고 마트에 가는데 산 허리에 띠를 두르며 몽실몽실 구름이 나타났다.
"자기야, 잠깐만" 그러나 " 매일 똑 같은 사진이야. 다음에 찍지." 하면서 그냥 지나쳐 갔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데 어쩐 일로 남편이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오, 예" 그러나 허리를 감고 있던 구름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구름은 피어 올라 산을 온통 덮고 있는데 아까와는 전혀 다른 춤사위다. 퍼졌다, 뭉쳤다, 피어오르는 구름의 춤사위는 화려하고 유려하다.
구름은 오래 멈추어 주기도 하지만, 순간순간 날아 올랐다, 피어 오르다, 뭉쳐 있다가도 흩어지기를 반복해서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변화무쌍하기를 밥 먹듯하고 춤 추기를 식은 죽 먹기로 하지만, 무엇보다 그 어떤 춤사위도 흉내낼 수 없으며, 넓은 무대를 네모난 틀에 모두 담을 수 없으니, 아름다움이 자꾸만 흘러만 간다. 구름아, 그대 이름은 덧 없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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