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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엄지공주가 한 일이다.
눈꽃이 활짝 피어났다.
일기예보엔 비가 온다더니, 비가 왔으면 밭에 남아 있는 눈도 다 녹았을 텐데, 다시 원점.
세상은 또 눈 이불을 덮고 있다.
포근한 아침이다.
오늘은 반가운 눈이다.
폭신폭신 목화 솜같은 눈이다.
오늘처럼 사각사각 습기를 머금은 눈은 눈사람 만들기에 딱 좋다.
강원도에 와서 하나를 더 알았는데, 눈이라고 다 같은 눈이 아니더라.
포슬포슬 내린 눈은 바람이 불면 다 날아가 없어진다. 습기가 전혀 없어 뭉쳐지지 않으니 눈사람을 만들 수 없다.
눈꽃이 피려면 적어도 오늘처럼 습기가 어느 정도 머금어 줘야 한다.
주먹만 한 눈이 펑펑 내릴 때는 그나마 따뜻한 날씨다. 소용돌이치며 내리는 눈은 매섭고 찬 바람이 불 때이고, 오늘처럼 포근할 때, 2월에 내린 눈(눈꽃)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사이에 다 녹아 없어졌다.
눈이 내리면 괜스레 설레고 반가울 때가 더 많다. 적막강산에 하얀 옷을 입고 화려하게 춤을 출 때면 세상이 온통 '축제로구나' 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께 즐기는데, 모든 것이 그렇듯이 과하면 힘들다. 아무리 눈이라도 너무 많으면 지겨울 때도 있다. 아니, 빙판을 만들어서 위험을 가져다주어, '제발, 그만'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한 겨울엔 눈이 내리고, 쌓이고, 녹아서 사라지는 일련의 과정이 최소한 며칠이 걸렸는데 오늘은 몇 시간 만에 진행된다. 9시에 핀 눈꽃이, 1시간 만에 이슬이 되어 맺혀 있다. 눈꽃은 이미 져버렸는데, 다시 눈이 내리고 있다. 어쩌면 이 눈이 비가 될지도 모르겠다.
일기예보 때문이 아니라 2월, 봄이 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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