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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오래 있으면 추워요."
"장갑도 끼고, 따뜻하게 입고, 모자도 써요."
"장화는 필수!"
얇은 점퍼와 조끼까지 껴입고 우리는 차를 탔다.
"재미있다고 날마다 가자고 하면 큰일인데......"
"많이 잡으면 뭘 해 먹지?, 매운탕? 도리뱅뱅?"
윗집에게 낚시하러 가자고 먼저 청한 건 나다. 오던 비가 그쳤으니 오늘 같이 해 없는 날 오후가 딱이라고 하면서......
몇 년만인가? 낚시를 다 가다니......
남편이 고기 잡으러 같이 가자 했을 때, "no! 절대로 안 가" 하다가, 우연히 피라미 한 마리를 잡아 본 뒤엔 주말마다 강원도에 내려왔었다. 주말엔 늦잠을 자던 사람이 고기가 잘 잡히는 시간, 새벽에 일어나 강가에 내려갔고, 늦게 배운 도둑질로 어둠이 내려앉는 8시까지도 강가에 있곤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 저녁 준비는 늘 동생차지여서 동생의 걱정과 서운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큰딸의 낚시사랑 때문에 아버지는 낫을 들고 딸이 다니는 강둑의 키 큰 잡풀을 늘 가지런히 베어 놓곤 하셨는데, 집을 짓고 나서는 더 이상 낚시를 할 수가 없었다. 나무 심고, 풀 뽑고 화초 키우느라, 4~5년 동안 낚싯대를 잡아볼 여유가 없었다.
동생네 집 책상 아래, 뽀얗게 쌓인 먼지만큼 방치한 낚싯대가 다행히 세 개가 있다.
오늘 낚시꾼도 세 명. 어망도 야무지게 세 개를 챙겨서 차에 실었다. 플라스틱 의자 두 개도 챙기고 걸어서 가도 되는 강가에 굳이 차를 가지고 갔다. 묵직한 고기를 들고, 걸어올 수 없으니......
강가에 도착하니 텐트도 세 동이 설치되어 있다. 사람의 흔적이 있다는 건 고기가 있다는 것. 물가에 닿기도 전에 두 근 반 세 근 반 설레는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끼가 많으니 조심해요."
두 여자를 챙기는 사람은 역시, 인영 씨. "천천히, 조심조심!"
옥이는 오늘 낚시가 처음이란다. 처음인데도 일러준 대로 낚싯대를 풀어서 '휙' 잘도 던진다. 처음 같지 않은 포스로 물살을 따라 쫄쫄쫄 낚싯줄을 흘려보내면서 "잡히면 어떤 느낌이에요?"묻는다. "낚싯대 잡은 손이 묵직해지는 손맛이 있답니다. 입질이 와도 벌써 느낌이 달라요."
그런데 강도 감감 무소식, 물살 흐르는 소리뿐, 입질도 고기도 1도 없다.
인영 씨는 상류에서, 나는 그 중간에 자리를 잡고, 옥이는 내 옆자리에 서서 우린 주황색 찌를 무한정 쳐다만 보고 있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 "언니, 힘들어요." 하면서 옥이는 낚싯대를 접는다.
갖출 건 다 갖춘 조건이다.
물살도 적당하고, 물 깊이도 무릎에 닿을 정도다. 4월 중순의 수온이면 '갈겨니'와 '피라미' 중 한 마리는 나와주어야 하는데, 30분이 지나도 입질조차 없다.
"제가요, 어느 해 여름엔 거짓말 안 보태고 하루에 100여 마리를 잡았거든요."
"이 파리낚시로 30cm나 되는 고기도 잡았다구요." 자랑이나 하지 말걸...... 차 타고 5분도 안 되는 틈 새에 늘어지게 자랑한 것을 후회했을 땐, 인영 씨도 낚싯대를 접고 있었다.
"오늘은 꽝이네요. 다음에 다시옵시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씨, 이렇게 꽝인 적은 없었는데......
"면사무소 뒤 강에 공사를 하던데, 그 공사 때문에 물길도 달라지고 수량이 많이 줄었어요." 영혼 없는 변명이 쓸데없는 메아리로 돌아온 오늘. 옥이만 내 낚싯줄에 걸렸지 뭐.
좀 더 따뜻해지면 다시 하자, 낚시!
그땐 10마리라도 잡아 꾼?의 진면목을 보여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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