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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안흥 장날

요술공주 셀리 2023. 5. 18. 12:20

찐빵으로 유명한, 안흥에 5일 장이 서는 날이다.
오늘은 동생과 함께다. 엊그제 내려온 동생과 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찬 거리도 사고 장 구경도 할겸 동생과 안흥엘 갔다.

동생네는 연일 오래된 느티나무 가지를 잘라내고 있다. 그늘이 생겨 식물에게 피해를 주고, 여름이면 벌레가 떨어진다고,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가지를 잘라냈다.
"언니, 죽는 줄 알았어. 전지가위가 머리에 떨어지고, 잘라낸 가지가 머리에 떨어졌는데, 피는 안 났지만 아프다"며 호들갑이다. 다행이다. 둘 다 다치지 않아서......
힘들다고, 오늘 점심은 맛집에 가야 한단다. 그래서 오늘 선택한 곳은, 안흥의 '길손식당'이다.
 

 
 
식당의 외관은 시골스럽고 별 특징이 없지만 식당 안은 손님들이 바글바글, 1시가 다 되어 도착한 식당인데도, 간신히 자리를 잡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 여름엔 콩국수를, 겨울엔 청국장을 먹으러 가끔 들르는 식당이다. 오늘 메뉴는 '순두부찌개'.
손두부 전문식당이라서일까? 조미료와 연두부로 끓여주는 서울의 순두부와는 차원이 다르다. 서울에서 순두부를 시켰다가 대실망을 하고 안흥의 '길손식당'이 얼마나 그리웠었는지...... 오랜만의 방문이었지만, 순두부는 역시 기대 이상이다. 뚝배기에 담긴 몽글몽글한 순두부는 사장님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더운 날씨라도 이열치열, 다 먹을 때까지 후후 불어가며 먹다 보면, 금세  바닥이 보인다. 맵지 않고, 달지 않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이 집의 특징이다. 가끔 입 안에서 씹히는 것이 있는데, 아주 작게 바둑 썰기를 한 무와 팽이버섯이다. 강하지 않고 양념이 세지 않아 소화도 잘 된다.
계산을 하는데, 사장님의 한 말씀. 며칠 전부터 시작했으니, "다음엔 직접 갈아 만든 시원한 콩국수를 드시러 오라"고 한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는 맛인데요. 곧 다시 오겠습니다." 쾌히 대답하고 두둑한 배를 두드리며 식당 문을 나선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안흥 장날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몇 안되는 사람, 몇 안 되는 점포, 이렇게 한산할 수가 없다. 생선 가게 1개, 채소 파는 곳 2개, 옷을 파는 곳과 나무 트럭이, 장날에 선 점포 모두다.
푸하하! 5일장이 이렇게 한산하고 간소한 전통시장은 처음인 것 같다. 한 바퀴 더 둘러보았지만, 거기가 거기다. 상설시장도 이 보다는 클 것 같은 규모가  믿기지 않아, 웃음이 절로 난다.
 

 

 

 

오늘도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다.
모종 가게에서 수박, 참외, 오이, 당근, 근대와 아욱, 땅콩 모종을 사고, 파초 한 그루와 독특하게 생긴 서양 맨드라미를 사왔다.
 

 
 
모종을 한꺼번에 살 수도 있으나, 심심해하는 엄마를 위해 나누어 사다 보니 때론 충동구매를, 때론 많은 양을 사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어쩌랴? 엄마는 호미를 들고 밭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시니, 날마다 일거리를 드려야한다. 종류는 많지만 양이 적으니, 오늘도 엄마의 일거리로는 충분한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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