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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사랑

돌멩이(전종호)

요술공주 셀리 2023. 6. 30. 14:00

발부리에 차이고 아무나 밟고 가는

작고 하찮은 돌멩이라고

애초부터 바닥을 구른 것은 아니다

 

침묵의 바위로

하늘을 우러렀으나

비바람에 깎여 틈이 생기고

 

바람에 날아온 솔 씨가 뿌리를 내려

수 겁의 안거 묵언 수행을 파하고

바위는 마침내 몸을 풀었다

 

온전한 것도 영원한 것도 없어라

돌이 되고 흙이 되어 숲을 이루고

철마다 단풍을 피웠다 지우며

 

낮은 자리에서 생명의 밭이 되리라

태초의 뜻을 받들어

돌멩이는 오늘도 밟히며 부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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