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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높은 산 위에 올라도

사람의 자리는 한 평 바닥이다

넋을 빼앗는 풍경이나

무심결의 구름이 아니라

등 비빌 언덕이나

몸 눕힐 요만한 바닥

 

높이의 극한을 바라거나

앞만 보는 직선의 낙관주의는

바닥을 보지 못한다

바닥까지 떨어졌다거나

바닥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어둠의 깊디깊은 슬픔을 모른다

 

발 디딜 바닥 없이

하늘 아래 설 수 없고

밟히는 사람들의 바닥 없이는

땅 위에 낙원을 세울 수 없음을

어둠을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다

- 바닥

 

산을 오르내리면서, 산에서의 대화와 경험이 쌓여 갈수록 괴로운 마음은 깎이고 근육은 튼튼해졌다. 회생의 절차는 끝났고, 평상의 삶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삶을 스스로 거드는 것만이 남았다. 살아보자. 가볍게. 그리고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세상의 쓸모라는 것이

곳마다 다른 것이어서

집에서나 사무실 아무 데서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흔하디 흔한 캔디 하나

호주머니에 얹혀

히말라야 산중으로 날아와

고단한 입안에서 달고 달다

상냥함이나 친절함이

생산력은 아니지만

사람 사이 활력이 되듯이

우연한 캔디 한 개

근육은 만들지 못하나

수고의 피로를 풀어

나그네 수십 리 발걸음에

날개를 달 것이다

- 캔디

 

체르고리에 올라간 사람들이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올 시간이 훨씬 지나고 있어 혹시 무슨 사고 아닌가 하며 롯지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멀리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의 랜턴 불빛이 비쳤다. 침묵과 불안은 금세 사라졌고 쿡들의 저녁밥 짓는 소리로 부엌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인생의 무게는 수시로 바뀔 뿐 무거운 인생과 가벼운 인생이 따로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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