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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한여름의 만두

요술공주 셀리 2023. 7. 27. 11:27

'어쩌다 만두'에 꽂히게 되었다. 어제 점심에 먹은 꿩만두가 원인이다.
맛은 있는데 뭔가 1% 부족한 맛. "내가 한 번 만들어 봐?" 쓸데없는 의욕이 앞서 한여름에 만두를 만들게 되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정육점에서 갈아오고, 두부와 당면, 양파와 숙주는 마트에서 어제 사다 놓았다. 김치와 갖은 재료를 썰어 소를 만들면, 점심엔 만두를 먹을 수 있겠지? 
  
저벅저벅 아버지 발자국 소리에 눈을 떴는데, 부모님은 새벽부터 옥수수를 따셨나 보다. 양동이 한가득 옥수수를 담아 오셨다. 후후후, 오늘도 난 바쁠 예정, 오늘 중에 만두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딸의 스케줄쯤이야 건너뛰는 울 엄마의 결정에 따라 오늘은 옥수수 삶는 날이다. 그런데, 엊그제 엄마가 삶아오신 옥수수가 냉동실에 가득하다. 어찌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오늘 옥수수는 사부인께 보내기로 한다. 풋고추와 꽈리고추를 따고, 이쁘게 달린 애호박도 한 개, 오이도 따서 옥수수 상자에 함께 넣었다.
마음이 급하다. 옥수수는 따자마자 삶아야 제일 맛있다고 하던데, 늦어도 내일 중으로 택배가 도착해야 하니, 서둘러 우체국으로 향한다. 사돈에게 보내도 되는지 묻지도 못하고, 인사도 없이 택배부터 보냈다. 다행히 비는 그쳤고, 매미가 목청껏 울어 젖힌다.
 
예정에 없던 옥수수를 정리하고, 택배를 보내느라 오전이 후딱 지나갔다.  
이제부턴 만두 만들기.
밭에서 파를 뽑아와 다듬고 씻어서, 미리 준비해 놓은 양파와 김치, 삶은 당면과 함께 잘게 썰어 놓는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는 밑간만 해서 프라이팬에 살짝 익인 후, 식혀놓고......  으깬 두부와 모든 재료를 섞어 간장, 소금, 참기름, 후추로 간을 해서 버무리면 만두소 완성. 이제부턴 만두를 빚어야 하는데, 앗! 나 혼자다. 주로 명절이나 주말에 만들던 만두를 평일에 만드려니 와 와, 큰 일이다. 이걸 혼자서 언제 다 만들꼬?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그렇게 시작한 지 두어 시간. 매미소리를 백 뮤직 삼아 하나, 둘 만들다 보니 만두피 4갑이 소진되었다.
 
그런데, 이를 어쩐다? 겨우 100여 개 정도 빚었는데 만두피는 떨어지고 만두소는 반도 더 남았다. 밀가루로 반죽해서 만두피를 만들던가, 차를 타고 마트에 가서 만두피를 사 와야 하는데, 이미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결린다. 안 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남은 만두피는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다음에 다시 빚기로 한다. 나머지는 별미로 저녁에 동그랑땡 부침을 만들어 먹고......
 
후후후, 쓸데없는 호기가 발동되어 만든 최초의 여름 만두! 계획도 없이 충동적으로 만든 고기만두다. 아무려면 어떠랴? 이열치열, 주말엔 부모님께 떡만둣국을 해드려야겠다.
이마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마음엔 몽글몽글 보람 한 움큼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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