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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렇지(전종호)

요술공주 셀리 2023. 8. 6. 09:07

어쩌다 눌노리 28

 

그러면 그렇지.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던 토목공사의 갈등은 시작부터 이 현장에서도 빗나가지 않았다. 일은 엉뚱한 데서 꼬였다.

 

15개의 필지로 나눈 전체 부지를 한꺼번에 인허가 신청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여 부지를 나눠 1, 2차로 나눠 면사무소에 신청하기로 했다. 1차 신청 결과는 순조롭게 나왔고, 2차 신청을 할 즈음에 성토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토목설계를 담당한 측량업체에서 소개를 받은 토목 시공업체에서 견적을 받았다.

 

견적을 받자마자 견적을 검토할 여유도 없이 공사가 바로 시작되었다. 토목설계업자와 시공업자가 사업 파트너여서 견적이 바로 계약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자기들 일정에 따라서 성토작업이 시작되었다. 일의 주도권이 바뀐 것이다. ? 이게 뭐지 하는 순간에 공사 일자가 통보되었고 시작되었으며, 바로 문제가 발생하였다.

 

100여 대 분량의 흙이 대형트럭에 실려 와서 부려지는데 물차가 오지 않고, 감독자 한 명 배치되지 않아, 먼지로 마을에서 민원이 제기된 것이다. 소음, 분진에 대한 민원이 예상되고 견적서에도 신호수, 감독, 물차 등이 계산되어 있었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항의가 있었고, 다음 날 감독자 한 명과 물차가 배치된 가운데 공사가 하루 더 진행되었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장에 들여온 흙의 성분과 질이었다. 성토작업을 참관했던 우리 주민에 의해서 마을이 추구하는 생태주의적 이상과는 맞지 않는 흙이 들어왔다는 보고가 마을 주민 전체에 전달되었고, 몇몇 주민이 달려가서 확인하니 땅에서 판 황토나 일반 흙이 아니라 공사장에서 나온 혼합골재가 들어온 것이다.

 

공사는 중단되고 대책회의를 열고 여기저기 관련 업자나 지인들에게 문의하는 소동이 있었다. 그런 흙이 들어오면 안 된다는 의견부터 그런 흙을 받아 땅 아래에 묻고 좋은 흙으로 덮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라는 답변까지 그 답도 각양각색이었다.

 

우리 회의는 공사업자에게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들어온 흙의 반출과 좋은 흙을 새로 들여올 것을 요구하기로 하였다. 우리 마을은 생태주의 건축을 지향하는 마을이니 그에 부합하는 흙을 들여오라는 요구를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항의를 받은 공사업자의 반응은 뜨악한 표정이었다. 흙의 성분 검사확인서를 보여 주면서 공사가 다 이렇게 진행되는데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헛소리를 지껄인다는 황당한 반응이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방식이며, 지금까지 자기는 이렇게 일했고,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자기는 이 마을이 생태마을을 지향하는 마을이라는 것을 누구한테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건축사에게 확인해 보니 그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건축사는 그에게 마을이 지향하는 바와 마스터플랜을 자세히 설명했다는 것이다. 거짓 해명하는 모습까지 그의 진심을 우리가 오해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실해 보였다. 맞다. 우리는 건축 세계의 현실을 1도 모르는 먹물에 불과했다. 업계의 관행이라는 것도 모르고 그들이 공무원을 상대하는 방식도 몰랐다. 집과 마을의 앞날에 들떠있는 이상주의자들에 불과했다.

 

건축에 대한 우리의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인 생각이 부딪힌 첫 번째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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