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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이다. 서울만 오면 왜 걸음이 빨라지는지......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약속 장소로 향하는데, 뭐야? 잰걸음으로 총총 걸어가고 있잖아?
오늘은 오래된 학교 친구를 만나는 날이다. 절친 3인방과 점심약속이 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서울에 왔다.
12시. 점심시간이라서일까? 식당 여기저기 사람들로 대만원이다. 피서철이라서 한가하길 바랐는데 간신히 구석에 세 사람이 자리를 잡았다. 돌솥비빔밥, 버섯들깨탕, 갈비탕을 시킨 것처럼 세 사람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고, 전공도 다 다르다. 시를 쓰는 친구, 미국에서 살다 온 친구, 강원도 사는 친구는 유난히 공격적으로 식사를 마친다. 식사를 했으니 다음은 커피 타임. "강원도 산골에 적응했더니 소음이 싫어." 내 말을 들어주는 친구들과 작은 카페로 이동. 세 여자가 모였으니 접시를 깨야하는데, 조심스럽다. 시인 친구가 한 달 전에 남편을 하늘나라에 먼저 보냈기에 남편, 아저씨, 이 사람 등이 금기어인데도 자꾸만 튀어나오는 단어들. 편치 않은 마음들이다.
"얼마나 힘드니?"
"힘내야지."
이 또한 금기어. 말 보다 마음이 먼저인 우리는 그냥 밥 먹고 차 마시고, 친구들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우리가 함께할게." 이런 말도 필요 없다. 그냥 세 사람이 함께인 걸로 충분하다. 우린, 함께 있음으로 이미 따뜻하고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는 관계이기에......
"제주도 성지에 같이 가자."
"이왕이면, 신부님 모시고 성지순례 같이 가면 어떨까?"
"이제, 그냥 여행은 그래."
참 다행이다. 친구 3인방이 모두 천주교 신자라서.
눈치 빠른 시인 친구는, 우리가 점심이나 먹자고 강원도에서 올라오고, 충청도에서 올라온 걸 모를 리 없다. 힘이 되어 주고 싶어 온 친구도, 간신히 힘을 내고 있는 친구도 모두 같은 마음이다.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