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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센터(전종호)

요술공주 셀리 2023. 8. 13. 08:56

어쩌다 눌노리 35

 

마을 조성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부터 논의한 것이 공유 건물 문제였다. 마을에 각자의 사유 공간만이 아니라 마을 공동의 놀이, 회의, 작업 등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각자 대지 소유 지분 중 25%를 내어놓기로 했고, 공여분에서 마을 내부 도로 조성에 편입되고 남은 대지 약 140평에 마을 공유 건물을 세우기로 하였다.

 

그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처음의 이야기는 주로 주민 간의 놀이와 친목이 주제였다. 그래서 나온 이야기가 공유 부엌이었다. 집에서 밥 하기 싫을 때 돌아가면서 누가 밥하고 함께 모여 밥을 먹자는 아주 초보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공유 부엌을 통해 혹시 밥을 굶을지도 모르는 인근의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공유 부엌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공유 부엌 사례를 조사해 보자는 이야기 나오고 조사해 보니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안산과 고양시 능곡역 마을 사례가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 이야기도 나왔다. 가까이 민통선 평화 관광과 연계하여 우리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평화마을 짓자 밭의 예술 농업과 치유농업을 연결하여 방문자들이 묵을 수 있는 게스트룸 몇 개를 운영하자는 것이었다. 지역과 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가공하고 판매할 수 있는 6차 산업의 전진기지로서 공유건물을 사용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참기름, 두부, 막걸리 생산과 판매가 주요 내용이었다. 마을 주민이 재배 생산하는 대마를 이용한 찜질방 이야기도 나왔다. 이야기는 백화제방百花齊放하는 형식으로 튀어나왔으나 결론으로 종결까지 되지는 않았다.

 

이야기 끝에 마을 센터를 운영하는 주체로 농업법인을 세우자는 의견이 나왔다. 서둘러 농업법인의 장점과 제한점을 조사하고 분석하였다. 농업법인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정부의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민박업 등을 할 수 없는 한계점도 있었다. 논의 끝에 주민들이 출자하고 운영하는 농업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공유건물을 법인에 귀속시키기로 했다. 회사의 이름은 주민들의 공모와 토론 끝에 <평화로가게>로 정했다. 가게는 storelet’s go의 의미를 함께 포함하는 중의적 의미이다. <평화로가게>는 농업법인 등록은 마쳤으나 아직 일은 충분히 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마을이 아직 조성 중이기도 하지만 사업은 해보지 않고 주로 말과 글로만 살던 사람들이라 생각은 높으나 몸과 손을 쓸 줄 모르기 때문에 이야기가 늘 공중에서 놀기도 하고,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돈벌이와 사회적 의미를 어떻게 결합시키느냐가 더 큰 목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업성이 아니라 의미를 두고 일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면, 내가 보기에 농촌에서 가장 큰 문제는 돌봄의 문제이다. 아이 돌봄이 아니라 노인 돌봄이다. 농촌은 거대한 양로원이 되었으며, 이들이 돌아가시면 농촌은 멸절될 것으로 보인다. <평화로가게>가 대책 없는 마을 돌봄의 주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무튼 마을센터는 마을 주민의 놀이터와 모임 장소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평화로가게>의 사업터로서 이주민과 선주민들 사이의 연결 가교로서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센터 조성에 더 현실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마을 센터 건축을 위해 가구당 1천만을 내기로 했으나 15천으로 제대로 된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자금 조성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나, 마을 조성과 개인주택 건축에 상당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구별 갹출도 한계가 있어, 건물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줄고, 건축도 해마다 이어서 조금씩 늘려 짓는 방식으로 결론을 냈다. 마을센터 기금조성과, 건축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주민을 위해서 마을은행도 잠깐 나왔으나, 단기간의 기금조성의 어려움과 운영 방식 때문에 장기적인 과제로 남겨 놓았다. 우리는 우여곡절은 겪고 있지만 마을 센터를 통해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마을의 존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센터의 일은 퇴직한 유휴 노동력을 통해 사업의 이상을 발굴하고, 운영과 실천도 그들의 손발을 빌릴 생각이다.

 

혹시 마을조성기금을 조성한 경험의 사례와 기법을 나눠 주시거나, 선의를 위해 눈먼 뭉치돈을 가지고 계신 분은 연락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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