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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짓기에서 집 짓기로(전종호)

요술공주 셀리 2023. 8. 14. 09:09

어쩌다 눌노리 36

 

계약했다. 건축시공업자와 계약을 했다. 마을 짓기는 공동의 문제지만 집을 짓는 것은 이제 각자의 개인적인 일이다. 그래도 올해 집을 짓는 6가구는 함께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마을 마스터 플래너인 건축사가 개인주택 설계를 하고 감리까지 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건축사무소 주도로 입찰을 받았다. 물론 집을 지을 사람들도 아는 업체나 사람을 추천했다. 실시 설계도면을 받은 시공업자가 각자 견적을 냈고 건축사무소에서 일괄적인 비교표를 만들어 건축주들에게 브리핑하는 형태였다. 4곳이 견적을 내기로 했으나 한 곳은 포기하고 3곳에서 견적을 냈다. 제시한 가격도 25% 정도 업체별로 차이가 났다. 한 곳은 도급, 한 곳은 사장이 현장 소장을 겸하는 C/M(Construct Manager), 한 곳은 직영 보조하는 곳이었다.

 

건축주에게 가격이 1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긴 하지만 업자들의 시공 능력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견적을 낸 업체의 공사 현장과 완성한 주택을 방문하여 결정하기로 했다. 늘 그렇듯이 현장을 직접 보면 문서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들, 예를 들어 일하는 분들의 분위기, 업자들과의 대화를 통한 사고방식, 시공 능력 등이 보이기 때문이다. 양평 현장에서 세 가구의 건축 장면을 보았다. 세 가구까지는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였다. 현장도 안전, 청결하였고, 일하는 인부들의 분위기도 위압적이지 않고 평안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사는 주택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이사인 팀장이 각 파트별 노동자들과 오랫동안 팀으로 함께 일한 사이였다. 건축시공과정의 거품을 최대한 제거하고 인건비를 일주일 또는 일주일 단위로 지급하면서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을 보장해 주는 회사였다. 더욱이 팀장과의 개인적인 접촉을 통해서 10여 년 전에 고양지역에서 내가 아는 선생님들과 함께 공동육아를 했던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건축에 대한 나름의 신념이 있었고, 건축 경력 10여 년 동안에 7-80 채의 집을 지었고, 책임자로 집을 지은 것만 해도 30여 채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지열을 활용할 것인데, 이 분은 지열을 이용한 집을 지어 본 일이 없다고 해서 양평 지역에서 지열을 활용해서 냉난방을 운영하는 가정을 함께 방문하였다. 평소 지열에 대한 인식과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이랄까 의심스러운 사항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고, 질문과 답변을 보면서 우리도 지열 이용에 대한 지식을 보충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동행한 부부 건축사 두 분의 추가 질문과 설명 또한 건축과 집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좋은 기회였다. 하루 동안의 양평 건축 여행은 만족할 만한 것이었다.

 

그다음 주에 다른 업자가 시행한 파주에 있는 다른 현장을 방문하였다. 내가 알고 있는 교수님이 집 짓는 이야기를 페북에서 보고 우리 부부가 여름에 이미 한 차례 현장을 방문했던 집이었다. 교수님께서 사장님의 공정의 치밀함과 현장 노동자들과의 소통 능력의 뛰어남을 자랑했던 터라 그 말을 믿고 우리 마을 공사에 참여해 주십사 내가 소개한 업체 사장님이었다. 이사장님은 원래 미술을 전공한 분으로 본인 집을 직접 짓고 그 경험으로 다른 분들의 작은 집 짓는 것을 도와주다가 업자가 되신 분이었다. 현장을 방문하고 간담회에서 작가정신을 강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한 곳은 다른 날을 잡아 방문하기로 하였으나, 전체 공사를 다 맡기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나도 안 하겠다는 연락을 건축사무소에 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어 그 업체는 배제하기로 하고 최종적인 결론을 위한 내리기 위한 건축사-건축주 회의에서 나는 건축비가 가장 저렴한 주택 노동자 협동조합과 하기로 하고 계약했다. 알 수 없는 세계로의 첫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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