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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눌노리 37
집을 짓는 것 자체가 평생 해본 일도 구경해 본 일도 아니어서 이 일을 하면서 경험하는 것들은 거의 첫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집을 짓는 것도 업자들에게 다 맡겨서 하는 줄 알았지 그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바닥에서 유통되는 소문도 처음 듣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집 짓다가 10년을 늙는다든지, 웃으며 시작해서 화병 걸려서 죽는다든지, 영혼이 탈탈 털린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처음 집을 짓는 건축주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한 말들이다. 서울 가면 누가 코 베어 먹을지 모른다고 촌사람 겁주던 말과 비슷한 말 같다고 할까? 그래도 덜 겁을 먹은 것은 마을 조성을 함께 하는 주민들이 있고, 설계에서 감리까지 함께 하는 건축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건축시공업자를 알아보면서 알게 된 것이 ‘빌더들의 조합’이다. 목조주택 교육을 제대로 받은 최소 경력 10년 이상의 목수 팀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조성하고 있는 마을 바로 옆에 이 조합에서 시공한 주택이 있었고, 이곳에 거주하는 분으로부터 시공과정을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알게 된 것들이 집 짓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이었다. 이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한 목적은 아무래도 건축현장의 시공비를 줄이고 일하는 건축노동자의 생활안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건축현장에는 건축주들의 어려움도 있지만, 임금을 못 받는다든가,, 체불된다든가, 다친다든가 하는 등의 집 짓는 기술자들의 어려움도 있었다. 우리가 계약한 빌더들의 협동조합 '좋은 집을 짓는 사람들’의 블로그에 올라온 내용을 간단하면 이런 거다.
1. 올바른 목조 조택 짓기
집을 짓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것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 비용 등에 쫓겨 날림으로 공사를 하는 목수들이 많은 현실에서 원칙에 맞는 시공을 통해서 목조 주택에 대한 편견을 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2. one stop shopping
집을 짓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지 구입, 세금 문제, 법무 사항, 토목설계 및 시공, 건축 설계, 시공, 조경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여 건축주의 수고와 걱정을 덜어준다,
3. 소비자(건축주)와 생산자(목수)의 직접 연결을 통한 거품 없는 합리적 비용으로 집짓기
일반적으로 큰 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공신력 때문이고, 공신력의 구입비용으로 회사의 이윤과 현장 소장의 이익을 지불한다. 빌더들의 협동조합은 건축주와 목수 팀장과 직접 연결하여 목수 팀장이 소장 역할을 하면서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빠른 결정을 통하여 건축주의 요구를 바로 수용하여 공기를 최대한 단축시킴으로써 경비를 절감한다.
4. 목수들(일꾼들)의 권익향상
목수들에 대한 임금 체불 및 부당한 대우를 줄여 건축주와 일꾼들이 함께 즐거운 집을 만든다.
그래서 이들과의 계약은 평당 얼마 하는 식의 계약이 아니라 실제 사용된 인건비와 재료비를 영수증을 붙여 청구하면 건축주는 1주 또는 2주 단위로 지불하고 이들의 숙식비, 일주일 단위의 회식비도 건축주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계약하였다. 건축주는 공사비를 선지급함으로써 떼일 염려가 없고 일꾼들도 체불이나 임금을 떼일 염려가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그들이 바로 직전에 작업한 현장에 투입한 경비를 대략 산출해 보면 도급 형식의 계약보다는 20~25%는 절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신 도급과 달리 건축주가 자주 현장에 나가 있어야 하고, 대관업무도 해야 할 때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을 함께함으로써 잡부를 고용해서 들어갈 경비를 줄일 수도 있다. 건축 현장에 통상 존재한다는 갑을관계나 반대로 뒤집힌 갑을관계나 속고 속이는 상업적 관계가 아닌 마을의 이상이 구현된 인간적이고 협동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우리는 집을 짓고 그들은 돈을 버는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