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쩌다, 눌노리 68

 

하룻만에 1층 샛기둥(스터드)에 합판으로 벽채를 두르니 집 모양이 보다 완연하게 드러난다. 문과 큰 창 위로 헤더(위 막이 보)를 올려 건물의 하중에 대비한다. 1층 집이라도 지붕과 다락의 하중을 견디게 구조를 튼튼히 해야 한다. 나무와 나무, 나무와 합판이 만나고 지나는 곳마다 못총(네일 건)을 쏘아 서로 지지하도록 한다. 옛날 같으면 일일이 못을 박았을 텐데, 망치질도 톱질도 기계화되고 전기의 도움을 받는다. 효율성이 옛 기억을 몰아낸다.

 

다락은 순전히 우리 집에 가끔 놀러 올 손녀를 위한 동화적 꿈을 꿀 수 있는 놀이의 공간으로 구상되었기 때문에 원래는 대여섯 평 되는 작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몇 군데 건축현장을 방문하다 보니 너무 좁은 인상과 실용성이 가미되어 성격과 기능이 손녀의 공간에서 손님의 공간으로 변화되고 면적도 13평으로 늘어났다.

 

다락을 올리기 위해서는 다락 위치에 우선 바닥 장선을 설치해야 한다. 바닥 장선(joist)은 마루청을 끼우거나 까는 데 쓰는 뼈대를 말하는 것으로, 층마다 설치하는 것이 상식이나 목조주택의 본고장인 미국이나 캐나다와는 달리 1층을 바닥 난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1층은 생략하고 2층부터 하게 된다. 우리는 2층이 없으니 다락에 바닥 장선을 한다. 다락 장선은 그 층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선은 그 위에 하중이 얹히면 위쪽엔 압축력이, 아래쪽에는 인장력이 발생을 하는데 그 둘이 만나서 서로 상쇄되는 부분이 장선의 가운데 중립 (neutral axis) 축이다. 장선 위에 무거운 하중(load)을 올리려면 장선의 두께를 두껍게 하거나 양쪽 받침점 간의 거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조절을 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래쪽으로 처짐과 옆으로 기울어지는 좌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장선의 경간 거리표(span table)가 중요하다. 장선의 경간 거리표는 장선으로 사용되는 장선이 처지거나 출렁거리지 않는 견고한 바닥면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장선이 처지는 정도의 한계는 규정으로 정해져 있는데 길이/360 수준이 허용 한계이다. 4미터에 1 센티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처짐에 한계를 두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래쪽에 시공되는 석고보드나 천정 마감재의 갈라짐을 방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에 불편이 없는 견고한 바닥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참고 : 제프 주택 하자 문제 전문가 블로그)

 

다락은 여러 사람에게 추억의 장소다. 누구에게는 할머니가 맛있는 것들을 숨겨두었다가 손자 손녀들에게 맛있는 것을 나누어 주던 맛의 장소이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부모가 일하러 나간 긴긴 대낮을 보내던 기다림의 장소이기도 하며, 안네 프랑크처럼 폭압적 권력자의 눈을 피해 숨어 암흑의 일기를 썼던 은신처이기도 하다.

 

우리가 애써 꾸미는 이 다락이 손녀 이현이에게는 어떤 장소가 될까 상상하면서, 부디 할미 할아비의 기억과 함께 그 인생에서 한때 아름다운 추억의 공간의 되기를 기대하면서 다락을 만든다.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