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2단계 목조 골조 : 지붕(전종호)

요술공주 셀리 2023. 9. 17. 09:55

어쩌다, 눌노리 70

 

3일 만에 현장에 나오니 다락 바닥 장선은 이미 끝났고 이제 지붕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붕이 한 면 경사 지붕이다. 바깥쪽으로 한 층높이의 벽을 올리고 거기에 서까래를 경사지게 세워 다락을 만드는 구조다. 앞집들은 두 면이 기울어진 박공지붕이고 우리는 한 면만 기울어진 지붕이다. 그 집들은 대지가 직사각형 구조이고 일자형 집인데 비해, 우리 땅은 사다리꼴 모형이라 집을 자형으로 짓다 보니 박공으로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붕은 말 그대로 건물의 상단부를 덮어 씌운 부분이다. 지붕의 주요 기능은 비나 햇빛 따위를 막아 집 안의 살림을 보호하고 건물 자체의 유지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붕은 단지 이렇게 비나 이슬, 눈이나 서리, 햇빛이나 바람을 막아주는 등 단순히 실용적 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붕은 미적 표현체이기도 하며 종교와 권력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가람이나 사당의 맞배지붕이나 팔작지붕 같은 것, 서양이나 아랍의 성당이나 교회, 사원 같은 곳의 돔이나 첨탑 양식 같은 것들이 다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양파머리 같은 러시아 정교회의 지붕들, 피렌체나 밀라노의 두우모의 웅장한 돔, 영국 성공회의 뾰족한 첨탑, 타지마할의 돔, 한국미의 상징이라고 말하는 궁궐의 용마루나 처마의 곡선 같은 것도 권력과 미의 상징이기도 하다. 빈자나 수도자는 하늘을 지붕 삼아 산다.

 

여염집에서도 집을 단적으로 규정하는 상징물은 지붕과 벽이다. 지붕은 사람으로 치면 머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집의 첫인상을 설명한다. 아파트가 한국의 대표적인 거주 시설이 되고, 한옥에서 양옥으로 바뀌면서 지붕 없는 옥상이 많이 생기긴 했지만, 새로운 개념의 집 짓기를 고민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지붕의 모양, 색깔, 재료 등은 고민의 주제다. 우리도 지붕에 대해서 미학적 고민을 좀 했다. 그리고 태양광 패널을 깔아야 했기 때문에 지붕의 소재를 고민했다.

 

건축팀장과 함께 다락 바닥에 서서 쭉쭉 배열된 지붕용 서까래를 보면서 지붕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집의 꼴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난다. 평면의 지붕 만들기는 쉽지만, 자로 꺾어지는 부분의 지붕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말과 함께 양면과는 다른 서까래 배치의 설명을 들으며 그렇겠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빌더들의 고민과 수고가 느껴진다.

 

서까래 너머로 이웃한 두 집의 박공지붕이 연달아 완성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다 어린 시절 살던 집의 지붕을 생각해 본다. 새마을 운동한다면서 초가집 지붕을 걷어내고 대신 올린 슬레이트 지붕 밑에 아침에도 국수를 먹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붕 얘기하다가 삼천포로 빠져 갑자기 국수 얘기는 왜? 우리 어머니는 지금은 국수를 먹지 않는다. 슬레이트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먹는 아침 국수는 처량하기 이를 데 없다.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