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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그림을 그렸다.
가을에 그리는 보리 그림.
2층 유리창을 덮은 보리 그림 커튼과 짝을 이루게 하려고 보리 그림으로 커튼을 만들었다. 1년 만이다.



작년 봄의 일이다.
개똥쑥을 끓여 천연염료를 만들고 소금과 특수물감으로 그린 커튼이 쏙 마음에 들었다.
보리 커튼은 봄과 여름 내내 창문에 기대어 있었는데 겨울 대비를 위해 두꺼운 커튼 하나를 덧 달아주었다.

그런데, 손수건 세 장을 이어 만든 동쪽 커튼은 여름. 남쪽의 보리 커튼은 겨울의 분위기라서 두 개의 커튼이 영 어울리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던 중, 여름옷을 정리하다가 자투리 광목천을 발견했다. 남쪽 창문의 커튼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인데, 미리 잰 것처럼 넓이도 길이도 동쪽 창문과 딱 맞는다. 룰루랄라 신이 났다. 할 일도 생기고, 남은 천을 재활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후 내내 커튼 그림에 매달려 열처리까지 마무리했다. 다행이다. 해 지기 전에 완성을 해서.


요즘엔 시골에서도 보리를 구경하기 쉽지 않다.
익은 보리의 황금물결을, 가을 들판보다 가볍고 따뜻해서, 무척이나 좋아했다. 자주 볼 수 없어 더 그랬다.
바스락바스락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가 할머니 걸음소리 같아서 손으로 비벼대곤 했었는데......
시골 할머니댁에서 보던 보리를 집으로 들였다. 산과 구름과 함께. 햇빛 가득 안은 반짝이는 황금 보리를 들판 가득, 그려주었다.
가고 싶은 할머니 댁. 보고 싶은 할머니가 생각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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