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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단풍잎 손수건

요술공주 셀리 2023. 10. 24. 13:42

어쩌다 세 명의 학예사를 알게 되었다.
그런 명칭의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다. 청주의 손학예사라며 자기소개를 하고, 아버님의 전시회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믿음 반 설마 반이었었다. 그런데 정말로 화가인 남편과 함께 학교에 찾아왔었다. 그렇게 우린 일로 만났다.

고 이기원 화백 전시회 때문에 1년이 넘게 전화 통화를 하고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손학예사는 작품 실사를 위해 작년 여름, 강원도에도 왔었다. 커피를 나눠 마시고 상추를 뜯어주면서 가까워진 손학예사는 마음씨 고운 동생같이 느껴져서 아버님 전시회가 끝나고도 서로 안부를 묻고 카톡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학예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손학예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전시회 기획부터 행사, 작품 관리는 기본이요, 전시하는 화가와 미술 작품에 대해서도 안목과 지식이 많아야 함은 물론이고, 행사 진행과 작품 설명, 작품관리까지 끝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을 학예사가 주도했다.
그 많은 일을 꼼꼼히 챙겨주고 무엇보다 작품을 소중히 여기는 손학예사가 참 고마웠다. 마음을 담아 선물로 손수건을 그려 주었다.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이라면서 신학예사가 전화를 했다.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전에 아버님 작품을 전시하겠다고 했는데, 청주의 손학예사에게 연락처를 받았다고 했다. 고 이기원 화백 작품 3점을 출품했고, 11월부터 내년 5월까지 전시한다고 하니, 신학예사하고도 긴 시간 소통을 해야 할 것 같다.
 
청주시립미술관의 이학예사와 알게 된 것도 충북문화관의 손학예사 때문이다.
이 학예사는 작년 9월, 아버님 전시회에서 만나 안면이 있는 사이다.
내년에 아버님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학예사 역시 조만간 강원도에 온다고 했다. 손학예사의 연결고리 때문일까? 메일과 전화로 소통하면서 이상하게 이학예사에게도 마음이 끌린다. 
 
가을, 너 참 예쁘구나!
앞산의 단풍이 나날이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노란색과 붉은색,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가을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 가 싶다. 주말에 온다는 이학예사를 위해 오늘, 손수건을 그렸다.
오늘 소재는 당연히 고운 단풍이다.
손수건 그림은 대체적으로 사용할 사람을 만나보고 그린다. 그 사람의 이미지나 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소재를 선택하는데, 오늘은 울긋불긋 물감이 뚝뚝 떨어지는 고운 단풍이 저절로 그려졌다.
이학예사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따뜻함 때문이리라.   
손수건을 그리는 내내, 저 이쁜 단풍에게 바라본다. 이학예사가 강원도 올 때까지 지금처럼 고운 잎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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