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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은 소주 한 병에 떨어졌다. 팬텀 싱어 4 돌려보기를 보다가 다 못보고. 비싼 회를 사주신 아내 탓이다.
속초에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몇 있다. 황시백 형. 박토에서 교육민주화 운동을 하다 일찍 죽었다. 그의 고성오광대 춤사위가 눈에 선하다. 시인 오석균. 고등학교 문학회 후배. 그는 지금 키르키스탄에 가 있다. 그의 제안대로 올여름에는 파미르 고원과 텐산산맥을 함께 걸을 수 있을까?
또 한 명. 속초의 시인 이성선. 유명세를 얻은 많은 시인들이 권력의 그림자를 따라 달려갔지만, 고향에서 시를 천착하고 그 깊은 결과를 세상에 내어 놓은 보기 드문 분. 허명을 쫒지않은 말 그대로의 시인!
도반/이성선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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