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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어제는 용연龍淵을, 오늘은 눌노천 둑방을 걸었다. 용연은 파평 윤씨 시조 윤신달의 탄생설화에 관련된 연못으로, 원래는 할머니들이 빨래나 할 수 있는 조그만 연못이었는데, 파평 윤씨 문중이 둘레 500미터 되는 연못 성지로 크게 만들어 놓았다. 가뭄과 관계 없이 연중 물이 유지되는 것이 늘 궁금하였는데 돌아보니 농어촌공사 관개수로가 아니라 산에서 흘러드는 물에 의해서 대략 일정한 물 높이가 유지된다고 한다.
눌노천은 파평산 쪽에서 발원하여 식현리, 덕천리, 눌노리, 장파리 금파리를 거쳐 두포리에서 임진강으로 합류한다. 눌노천 주변에 높은 둑(제방)이 조성되어 트랙터나 경운기, 트럭이 통행하는 농로로 조성되어 있는데, 오늘 가보니 뜻밖에 산책로로 대단히 훌륭하다. 아침마다 동네 어른들이 이용하신다는데 보니 할머니들이 압도적이다. 남자 노인들은 다 어디로 갔지 하며 걷다 보니 꿩을 비롯하여 많은 새들이 보인다. 오늘 만난 네 마리 가마우지의 자태는 늠름하다 못해 거룩하다.
파주의 파坡자는 언덕 파자인데 동네 이름도 금파리, 장파리 동파리 등 파자가 들어 있는 마을이 많다. 뒤집어 보면 언덕 밑에는 늪이나 뻘지대가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강, 임진강이 있다 보니 포浦자, 하河자가 들어간 마을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도시화 되면서 형태가 많이 달라졌지만, 옛적에는 갯가와 나루가 많았다는 말이다.
파주출판도시도 산남리, 문발리 습지 위에 조성된 도시다.
과거에 파주는 여러 차례 큰 물난리를 겪었고, 요즘도 해마다 크고 작은 물난리를 당한다. 물난리 날 때마다 제일 약한 고리가 두포리 율곡리 쪽의 강변인데 여기서 물이 넘쳐 문산까지 범람하게 된다. 문산의 원래 이름이 물이름(더러울) 문汶자를 썼던 이유이기도 한다.
지금은 율곡리의 늪지대를 습지공원으로 관리하고 있고 그 앞산을 시에서 율곡수목원으로 개발하여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마을이 이 곳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늪
죽어야 다시 살리라
믿고 기꺼이 썩어야 한다
드센 바람길에 몸을 맡기고
흐르는 일 잊은 물속에서
실 터럭 같은 뿌리를 내리고
바닥까지 심지를 박아야 한다
치고 올라갈 물살은 없어도
간절한 절망을 노래해야 한다
흔드는 것이 어디 바람뿐이랴만
오만가지 썩을 것들이 흘러들어
젖은 풀잎 물비린내를 견디고
살아야 할 목숨들은 살려야 한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고
늪의 공포를 말한 자 누구인가
잔뿌리 서로 얽혀 어깨를 걸고
물 다시 살아나 생명을 살리니
왕버들가지 너머 꽃은 피어나고
어린 새들 날아와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