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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방 ‘우산과 낙엽 
 

 

말머리에  
육지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폭풍우를 만나 난파된 채 나침반도 없이 항해하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무척 당황스럽고 절망적이겠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생존을 위한 투쟁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서 돌아가려는 생각으로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치며 육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나아갈 것이다. 대자연 속에 우리는 매우 왜소하고 연약한 존재다. 하지만 자연의 질서를 꿰뚫을 수 있다면 생환의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야투’의 동인들 역시 처음 자연현장에 나왔을 때는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던져진 난파선처럼 막연했었다. 왜냐하면 자연과 미술을 직접 관련지어 창작하는 것에 대한 일체의 선행학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익숙했던 실내에서의 방법과 그 잔영들을 마음속에 그대로 둔 채 전혀 새로운 것을 생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심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작품이 ‘야투 창립전’에 발표된 김영철의 “錦江에 와서”라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은 당시의 현장인 금강과 백사장 그리고 강둑의 풀밭과 미루나무가 서 있는 길을 걷다가 풀을 뜯는 소나 염소를 살피거나, 금강물에 몸을 씻고 그늘에 앉아 현장의 구석구석을 관조하는 것이었다. 물론 사전에 계획된 의도적 행위지만 인위적 작위(作爲)보다 순수하게 자연과 만나는 것에 방점을 둔 것이다. 아마도 그는 잊고 있었던 실제 자연과의 교감을 되살리기 위해 그런 행위를 했을 것이다.

 

김영철의 ‘금강에 와서 

 

· 출처 : 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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