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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난 꽃대궐에 산다

요술공주 셀리 2024. 5. 10. 09:57

오늘도 포클레인 소리에 일어났다. 앞집은 또 뭔 공사를 하는지 오늘도 '쿠르릉'이다. 자주 들어 익숙해야 할 텐데 오늘은 은근 짜증이 난다. 저 소리, 쿠르릉 기계음과 삐요삐요 경적소리. 사람들 두런두런 목소리와 섞여 들리던 저 소리 때문에, 아주 잠깐 착각을 했었다.

앗, 출근 준비해야지. 몇 시지? 어머나 8시네. 아이고 지각이닷!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났다. 여기가 서울인 줄 알았던 거다.

블라인드를 걷고, 오늘은 또 어떤 꽃이 피었을까? 꽃밭으로 나가는 일상을 시작한다. 이슬이 맺혀 있는 꽃잎 위에 민들레꽃씨가 수북하다. 바람에 날아온 민들레꽃씨가 꽃이파리보다 많다. 솜털 같은 씨앗을 떼어내려다, 맨 손으로 또 풀을 뽑고나서야 아침을 먹는다.

문광나무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른다. 향수보다 더 아름다운 향기, 꽃향기가 나를 또 설레게 한다. 흐드러진 황매화 사이로 백철쭉이 자리하고, 붉은색 홍화산사가 효자다. 작년보다 풍성한 꽃을 내주어 나를 이렇게 기쁘게 해준다. 그늘인데도 피워준 보랏빛 꽃고비 앞에서 앵초는 내년 봄에 다시 오마 인사를 하고, 바통을 이어받은 고광나무엔 꽃봉오리가 다글다글 맺혔다. 수레국화와 작약도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한창 공연 중인 클레메티스 핑크빛 으아리가 박수갈채를 받고 있을 때 주연인 척, 미스김 라일락과 매발톱이 어깨를 으쓱으쓱, 여긴 꽃들의 천국이다.

축제는 무르익고, 내 마음도 덩달아 춤을 춘다.

 

 

 

 

 

 

 


브라질 축제만 축제랴. 울긋불긋 꽃대궐! 꽃들의 축제가 열렸다. 그런데 저 화려함은 꽃 때문이 아니라, 다 저 신록 때문이다. 초록의 배경이 떡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노랑도 흰색도 빨강꽃도 초록 앞이라서 더 빛이 나는 매직, 그게 바로 5월이다. 어찌 계절의 여왕이라 아니 부를 수 있을까?

 

어린이날, 어버이날이라서 아들이 내려왔었다. 그리고 멀리서 동생이 내려왔는데, 오늘은 또 내가 최애 하는 꽃. 아림과 아정이 자매가 내려온단다. 5월은 기쁨의 연속이요, 설렘의 극치다.

여기 꽃대궐에 납신다는 공주꽃 때문에 나도 꽃단장을 한다.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오랜만에 화장대 앞에 앉는다. 이리 보면 할머니지만, 조리 보면 또 괜찮은? 비주얼.

설마, 너도 할미꽃이라고 우기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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