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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내린 비로 해를 보지 못했다. 아침 일찍 나와준 햇볕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햇볕이 있을 땐 잊어버리는 고마움이다.
"살아계실 때, 잘하세요." 윗집 언니가 자주 들려주는 이야기. 못 해 드리지 않았어도 부모님 돌아가시면 후회만 남는다고..... 부모님은 햇볕과 같은 존재일까?
오늘 아침에도 햇볕을 따라 나섰다. 종이꽃 새싹이 제법 자랐다. 엊그제 내린 비로 새싹과 함께 자란 잡초가 또 눈에 거슬린다. 에잇, 나쁜 것들 하면서 풀을 뽑아준다. 끊임없이 풀을 뽑는 이유는 다 꽃을 사랑하기 때문. 꽃이 잘 자라도록, 꽃에게는 해로운 잡초를 손가락이 휘도록 끊임없이 뽑아주는 거다. 엄마가 우리에게 늘 "건강하고 바른 사람이 되거라." 하셨듯이......
자식들 잘 되라고, 한 평생 일을 하신 부모님. 굽은 허리로 뒤뚱뒤뚱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을 한다. "무엇 때문에 저리 무리를 하셨을까?"
요양보호센터의 초청으로 동생과 함께 요양보호센터에 갔다. 센터에서 주최한 '어버이날 행사'다. 요양원의 어르신들과 선생님들이 반갑게 맞아주는 행사는 시작부터 따사로움이다. 창문과 게시판, 테이블마다 카네이션으로 채워진 센터는 늘 감사의 아이콘이다. 자식 대신 보살펴 주고, 자식 대신 안아주고, 오늘도 나 대신 어버이날을 준비해 준 센터다.
마음은 굴뚝 같으나 표현이 어려운 나. '어머니 은혜' 노래를 불러 드렸다. 센터선생님들은 참 편하게 읽어주는 편지도 쓰고, 식순에 따라 얼떨결에 손편지도 읽어 드렸다. 그리고 카네이션 꽃을 가슴에 달아 드렸다.
효도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한 날이다.



편지를 쓴 부모님도 훌쩍, 편지를 읽는 자녀들도 훌쩍, 여기저기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린다. 자주 하지 못해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서, 나처럼 가까이 살아도 안아드리지 못해서,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부모가 생각하는 자식 사랑은. 그러나 자식의 부모 사랑은 내리사랑에 비해 늘 턱 없이 부족해서 흘리는 눈물이라는 것을 부모님이 아실리가 없다.
오후 3시부터 시작한 행사. 1시간 30분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르신들은 손주와 아들, 며느리와 함께 하는 시간 내내 웃고 계셨다. 행사 진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주만 바라보시는 어르신들.
행사고 뭐고, 부모님은 그저 자식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하시다는 걸 우리도 알 턱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