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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때문에 일주일째 스트레스다.
20~30 포기 정도 심으면 딱 좋으련만 무조건 1 set로 판다고 하니, 수십 차례 모종가게를 갔어도 고구마 모종을 살 수가 없었다. 작년엔 한 판을 사서 윗집과 나누었는데, 윗집은 발 빠르게 고구마를 심었다고 한다.
텃밭엔 이미 수박, 참외, 오이, 파프리카, 고추, 셀러리, 상추, 양배추와 양상추, 토마토, 땅콩, 쑥갓, 옥수수, 감자를 심었고 시금치와 콜라비, 열무와 여름 배추는 씨를 뿌렸다. 다행히 씨가 발아를 해서 텃밭은 어느새 꽃밭처럼 초록초록하다. 그러나 여전히 비어 있는 두둑이 있어 오늘은 마음 먹고 동생과 함께 모종가게에 갔다.
오호, 오늘은 제법 풍성하다. 꽃모종도 제법 다양하다. 메리골드와 칸나, 종이꽃, 맨드라미, 글라디올러스, 족두리꽃과 백일홍 등 웬만한 꽃들은 다 내 집에 있는 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집의 꽃은 해마다 이곳 모종가게에서 구입을 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동생은 "한련화는 올해도 심어야 해" 하면서 모종보다 꽃을 먼저 산다. 새로운 걸 좋아하는 동생은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고 따지더니, '초롱단'을 집어서 내게 내민다. "이건 언니 선물." 얼떨결에 받은 보라색 꽃이 피는 초롱단은, 붓꽃 앞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고구마는 반 타작이에요. 한 판 다 사다 심어요." 이웃 언니의 조언대로 드디어 고구마 한 판을 사게 되었다. "호박고구마, 꿀고구마, 밤고구마 중에 어떤 걸로 드릴까요?" 사장님의 물음에 주저하는 내게 "꿀고구마 심으세요." 해서 받아온 고구마 모종은 생각보다 많았다. 한 묶음의 부피는 별로 크지 않았으나 모종개수는 90여 개. 몇 가닥의 뿌리가 붙은 고구마 줄기가 모종의 모습이다. 보고 또 봐도 신기하기만 하다. 저 새파란 줄기에서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린다니......

엄마는 가깝게, 그리고 꼼꼼하게. 나는 멀찍멀찍 대충대충. 빈 공간을 샅샅이 뒤져서 80여 개를 심었다. 깻잎 5개까지 다 심었더니 이제야 밭두둑이 full로 다 찼다. 다 엄마 덕분이다. 이제 물 잘 주고, 풀 뽑아 주면 주렁주렁 고구마가 매달려주겠지. 꽃도 심고, 고구마도 심은 오늘. 5월도 익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