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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남의 집 탐구

요술공주 셀리 2024. 5. 16. 13:56

이천시에 새로 잘 지은 집이 있어 구경을 갔다. 동생 친구네 집이다. 동생의 소꿉친구라서 나도 잘 아는 사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우린 맛집 '강민주의 들밥'에서 만났다. 12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인데도 식당 안은 이미 만석. 굴비 정식이 나왔을 때, 왜 이 집이 예약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 돌솥밥과 함께 나온 반찬도 굴비도 모두 최고였다.

그런데, 나를 사로잡은 것은 식당이 아니라 정원용품 가게.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의자와 가구, 장원용 장식품까지 구비한 큰 가게가 식당입구에 있었다. 식탁용 의자도, 정원용 분수와 테라코타 인형, 석등과 주물로 만든 벤치 등이 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두어바퀴를 돌다가 손주가 좋아할 만한 팬다인형을 사고 말았다. 난 왜 이런 것에 자주 꽂히는지......
 

 

 

 

시내를 거쳐 한적한 길을 따라 다다른 오늘의 집은, 건축사인 딸이 설계하고 지인이 시공한 '이야기가 있는' 집이었다. 200평 대지에 60평 건물은 깔끔하고 세련된 수준 높은 집. 팔기 위해 지은 집이 아니라 '살기 위한 집'답게 외관보다 기본에 충실한 튼튼하고 내실 있는 집이었다. 넉넉한 건평인 데다 높은 층고, 흰색의 색채 배치 때문에 집은 생각보다 더 넓어 보인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이 세련미를 더하고, 부모님의 needs와 손님까지 배려한 공간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게스트룸과 거실 사이의 '알파룸'은 벤치마킹 하고 싶은 공간. 집을 다시 짓는다면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주를 위한 다락공간과 자투리 공간에 수납한 센스까지, 집이라기보다 건축의 개념이 더 강한 '잘 지은 멋있는 집'을 구경했다. 평소 '집과 정원'에 관심이 많아 '건축 탐구'라는 TV 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잘 지어진 집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요리를 잘 하는 동생친구는 부모님 드리라고 손수 만든 강정을 들려주었다. 오랜만의 나들이. 잘 지은 집과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 동생 친구가 고맙고, 동행해준 동생이 또 고마운 날이다.

남의 집 탐구는, 흔치 않은 만큼 언제나 흥미 있는 일이다. 집을 한 번 지어봤으나, 아쉬움이 많아서 다시 또 지어보고 싶은데, 이참에 나도 집 한 채 더 지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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