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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아들의 생일

요술공주 셀리 2024. 5. 31. 10:48

아들이 독립을 한 후, 미역국을 직접 끓여준 게 얼마만인가? 한우 1++의 소고기와 최고의 미역으로 국을 끓였다. 차린 게 없어 그나마 미역국이 메인이라서......
직장 일로 매일 바쁜 나는 미역국 대신 케이크와 용돈으로 가족의 생일을 챙기곤 했었다. 오랜만에 내려온 아들에게 푸짐한 생일상을 차려줄 절호의 기회인데 어젠 풀 뽑느라, 오늘은 성모의 밤 행사로 난 여전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밭에서 시금치를 뜯어와 다듬고, 씻고 삶았다. 돼지고기와 당근과 양파, 버섯을 썰어 놓고 미리미리 당면을 삶아 잡채거리를 준비했다. 더덕도 적당한 두께로 썰어 부드럽게 두드려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놓았으니 구워서 점심상에 내놓으면 된다. 불고기도 굽기만 하면 되고. 미역국은 시간이 오래 걸려 엊저녁에 끓여 놓았으니 됐고......

하필 성당 행사와 아들 생일이 겹쳐서 오늘도 아들 혼자 저녁을 먹어야 한다. 남편도 출장 중. 미안한 생각에 멸치와 새우를 넣고 달달하게 볶아서 반찬의 개수를 늘려본다. 케이크는 생략이다. 시골빵집에서 만든 케이크가 기대 이하인 데다, 두 사람 모두 단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

촛불도 없고, 여전히 혼자 보내야 할 아들 생일이 못내 아쉽고 미안해서 형과 애들 아빠에게 지원군을 요청했다. 이럴 때, 큰 아들과 남편이 그럴듯한 이벤트를 해주면 좋으련만, 무뚝뚝한 남자들이 과연 기대에 부응해 줄는지......

오늘도 며느리가 다했다. 형수가 시동생 생일을 잘 챙겨주니, 백화점 상품권을 보내줬단다. 며느리가 생기니 집 안에 기쁠 일이 많아서 참 좋다. 남편은 두둑한 용돈을 보냈단다. 조카까지 챙기는 이모가 또 상품권을 보내줬다고 작은 아들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역시, 가족이다. 가족 사랑이 최고! 흐뭇하다.

샤워를 하고 따뜻한 꿀물을 마시며, 성모님께 봉헌할 준비를 한다. 지금은 평화요, 편한 마음인데 정작 공연에서 떨리면 어쩌나. 목도 컬컬하고 미열도 나는 것 같은데, 실수하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어머니여 꿇어앉아' 성가를 부르기 위해 기도 먼저 해야겠다. "온유하신 그 미소, 안아 주신 그 품 안에, 모든 근심 사라져 가리' 성가의 가사가 곧 나의 마음. 잘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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