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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참 가지가지 한다

요술공주 셀리 2024. 8. 29. 21:55

여름이 되면서 가지가 문제가 될 줄이야. 두 그루만 심을걸, 다섯 그루를 심었더니 잉여생산되는 가지를 제 때에 다 소비할 수가 없다. 맛있는 요리를 하면 좋을 텐데, 난 요리가 부담스럽다. 채소를 선호하지 않는 가족들에게 어설픈 가지요리가 환영받지 못하니, 가지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겼다.
어쩌다 한 두개 열리던 가지가 늦여름이 되면서 폭발적으로 열렸다. 어쩌다 한 눈을 팔면 갑자기 키가 쭉 늘어나는데, 키 큰 가지는 식감도 딱딱하고 확실히 맛도 떨어졌다.
기름에 튀기듯이 구웠을 땐 남편도 잘 먹기에, 가지나물에 도전했다가 오히려 낭패를 봤다. 너무 많이 삶은 탓에 흐물흐물해진 가지나물은 싱겁기까지 했던 것. 가지나물 때문에 가지의 존재가 나락에 떨어졌다.

그런데, 며칠 전 윗집에 놀러 갔다가 재미난 팁을 얻어왔다. 옥이의 아이디어를 곧장 실행에 옮겼다. 옥이의 팁은 '가지 일병 구하기' 즉 '가지를 널어라' 다. 가지를 십자 모양으로 길게 잘라서 빨래 건조대에서 말리라는 것. 그래서 건조대엔 빨래 대신 가지가 매달리게 되었다.

 

 


푸하하... 가지가 꼭 사열하는 군대 같기도, 문어 같기도 해서 웃음을 자아낸다.
겨우 하루를 말렸는데도 부피가 확 줄었다. 이 정도면 뭐, 가지가 마구마구 매달려도 이젠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피를 맑게 해주고, 안토시안도 많고, 피부에도 좋고, 칼슘도 많다는 가지를 햇볕에 말렸으니 비타민 d까지 덤으로 생긴 가지다.
구워 먹고, 튀겨 먹고, 가지밥에 나물까지 맛있게 해 먹을 일. 가지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영양가도 많고 몸에도 좋다니, 가지가 참 가지가지 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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